부산현대미술관, 하반기 4개 기획전 동시 개최
[더팩트ㅣ부산=김신은 기자] "시대의 성찰을 담은 의미있는 기획전을 통해 개인과 사회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부산현대미술관이 다사다난했던 올해의 끝자락에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과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새로운 희망의 해를 맞이하고자 4개의 대규모 기획전을 동시에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미술을 둘러싼 인간의 활동과 사유(思惟)가 전례없이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에 대한 고민을 담아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를 성찰하고 미술과 미술관의 역할을 진단하는 한편 세계적인 질병 상황에 대응하는 건축적 실험과 소리를 통한 공감 가능성을 모색하는 주제들로 구성됐다.
◇‘코비드’가 삼킨 도시를 ‘건축’으로 성찰하다 《혁명은 도시적으로》
《혁명은 도시적으로》전은 1층 전시실과 야외정원을 함께 아우른다. 코로나19와 같은 역사 속 재난이 삶의 기반을 뒤흔들 때에도 인간에게는 생존을 위해 충돌과 교유를 주고받으며 존재를 지탱했던 '도시(urban)'라는 근거지를 가지고 있었다. 전시는 그러한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 가운데에서도 '건축'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코로나 사태로 단절과 격리가 일상화된 오늘날, 도시에서 건축(물)은 그 거주자인 인간에게 어떤 의미와 역할을 가진 대상인가’라는 새로이 제기되는 물음에 대한 건축가들의 고민과 모색의 결과를 10점의 작품으로 제시한다. 4점의 옥외 설치작품과 6점의 실내 설치작품으로 참여하는 건축가들은 김성률, 김유진+김병찬, 안용대, 여창호, 우신구, 원호성, 이기철, 이성호, 이원영, 표응석(가나다 순)이다.
◇‘개인’의 현실적·개념적 실체에 물음을 던지다 《개인들의 사회》
《개인들의 사회》전은 우리 시대에 ‘개인’이라는 인간 존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살피는 전시이다. 개인이 처한 구체적 현실을 통해 개인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어떻게 실체화되어 나타나는지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그려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시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소하지 못한 채 나타난 신자유주의적 전망 속에서, 탈계급화된 사회로의 정체성 변화가 은폐하는 모순적 생산 관계의 담지자로서 오늘날 ‘개인들’에 주목한다. 나아가 개인, 개인들의 사회적 관계 그리고 우리 사회를 총체적으로 사유해보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는 류성실, 서평주, 손혜경, 송세진, 이우성, 임봉호, 마이클 맨디버그(Michael Mandiberg), 하룬 파로키(Harun Faroki) 등 국내외 작가 8명이 참여하며 회화, 비디오, 설치, 사운드 등 총 20여점을 선보인다.
◇‘누군가의 아픔’에 대한 메시지는 어떻게 전달되어 공유되는가 《푸른종소리》
《푸른 종소리》전의 제목은 김광균의 시 <외인촌>의 한 구절인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를 인용한 것이다. 장민승·정재일, 최대진, 안젤리카 메시티(Angelica Mesiti), 예스퍼 유스트(Jesper Just), 라그나르 카르탄슨&더 내셔널(Ragnar Kjartansson & The National) 등 국내외 작가 6팀의 설치작품 10여점으로 이루어진다. 오늘날의 상황은 삶의 위태롭고 취약한 근원적 본질을 하루하루 확인하게 하는 한편 타인의 고통이나 슬픔을 자신과는 무관한 것인양 지나치며 사는 것이 우리들임을 깨닫게 하기도 한다. 전시는 ‘구조화’된 슬픔에 주목하고 하나의 사회적 메시지로서 ‘감성’이나 ‘정념’이 들리고 공유될 수 있는지 묻고 응답해보려는 시도로 마련됐다. 「낮은 소리로」, 「부르짖음」이라는 두 악장(Movement)으로 구성된 하나의 곡으로 구성된 전시는 현대 미술가와 음악가, 퍼포먼서와의 협업이 다수 이루어져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발레단으로 손꼽히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무용수들, 미국 락밴드인 ‘더 내셔널’, 작곡가이자 영화 음악감독인 정재일 등이 작품에 참여했다.
◇‘주목의 정치성’에 내재된 양가적 힘의 역학 구조를 비판 《동시대-미술-비즈니스: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질서들》
《동시대-미술-비즈니스: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질서들》전은 △동시대 미술관: 금융-자본-미술 △절대 자본주의 시대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질서와 조건들 동시대 미술관의 새로움: 예술의 자율성과 주권성의 회복이라는 세 가지 소주제로 구성됐다. 지하1층 전시실4에서 김수환, 서동진,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 안톤 비도클(Anton Vidokle), 보리스 크로이스(Boris Groys) 등 국내외 작가 5명의 강연 영상, 아카이브 등 3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우리의 삶이 시장 원리에 의해 장악되는 절대자본주의의 작동 논리와의 상관관계 속에서 동시대 미술이 예술이 되는 새로운 조건과 질서를 읽어내고, 미술관에 의해 수행되는 ‘주목의 정치성’에 내재된 양가적 힘의 역학 구조를 비판적으로 살피고자 기획됐다.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는 ‘동시대미술관’이 ‘새로움’을 생산하는 예술작품을 통해 자신의 존재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때로는 체제와 결탁하고, 침범하고, 와해시키고, 초월하며 오늘날을 끊임없이 새롭게 사유하려는 이유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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