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광주=문승용·허지현 기자]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현금 유동성 문제가 심화하면서 경영난에 허덕이던 광주 청연 메디컬 그룹(이하 청연) 계열사들이 잇따라 법인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현금 보유량이 제법 큰 기업이나 건설사, 사채업자 등이 공사를 대가로 하거나 고리 이자를 약속으로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돈을 빌려주고, 현금 보유가 상당한 검·경찰, 행정 공무원까지 고리를 약속받고 금전 거래를 한 뒷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이슈화될 전망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연 메디컬 그룹 관계사인 청연인베스트먼트와 (주)씨와이가 지난 13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인 회생절차 신청서를 냈다. 지난 16일에는 청연홀딩스와 서연홀딩스도 같은 재판부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회생을 신청한 법인 모두에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지난 12일에는 청연한방병원의 이모 대표원장이 서울회생법원에 일반회생을 신청했다. 13일엔 서광주청연요양병원 정모 대표원장과 수완청연요양병원 고모 대표원장이 같은 법원에 일반회생을 신청했다. 16일에는 이 대표원장의 부인도 같은 법원에 일반회생을 신청했다.
23일 광주 한 식당에서 만난 채권자 A씨는 "청연메디컬그룹 대표원장 이 씨는 신규사업을 위해 친분이 있는 지역 재력가나 기업인, 지인 등에게 투자금 및 운영자금으로 수백억 원을 빌리면서 고리 이자를 약속해 금전을 차입했다"며 "이 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사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 채권자는 이어 "어떻게 보면 치밀하게 계획한 사기일 수도 있다"면서 "기업이나 개인에게 고리를 약속했다면 대부업법에 접촉되고 형사처벌 및 돈의 출처가 드러나기 때문에 쉽게 고소할 수 없는 것을 악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이 대표원장의 금전 차입의 배경을 설명했다.
더욱이 청연에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을 빌려준 주요 채권자는 지역 중견 건설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청연은 지난해 전북 전주, 부산, 베트남 등지에 병원 세팅을 준비해 왔다.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 청연그룹 계열사 병원을 건축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지역 건설사들이 이자대금보다는 후속으로 병원 건축을 약속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빌려줬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 대표원장의 장인이 호반그룹 계열 건설사 대표이고 처 이모부가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로 처가 쪽의 경제력을 과시하면서 자금을 빌리기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청연에 막대한 자금을 빌려준 건설사들이 최근에는 빌려준 사실이 없다는 입장으로 돌아서거나 애초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채권단에서 빠져나가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원장은 회생 신청 직전까지 지인 및 직원들에게 높은 금리를 주겠다며 수십억 원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정치인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경찰을 비롯한 행정 공무원들까지 고액을 빌려준 설이 돌아 말 그대로 관련자들은 초상집 분위기다. KB부동산신탁(이하 KB)이 국내 최초로 헬스케어 리츠 사업을 국토교통부에 신청하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은 국토교통부와 소통하면서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청연의 뒷배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향후 게이트 사건으로 번지는 것은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청연이 기업과 지인 등으로부터 사채를 끌어다 쓴 채권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일부 채권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확인한 청연의 채권 금액은 무려 2천억원에 가깝다. 법인 1천억 원, 이모 대표 원장 개인 채무만 800억 원으로 집계된다. 광주지역 한 언론사는 3천억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처럼 청연이 2천억 원에 가까운 채무에 시달리면서 정상화를 꾀했던 사업이 바로 리츠사업이다. 리츠는 병원 등 의료시설을 인수한 뒤 이를 의료기관에 임대해 수익을 거두는 것을 뜻한다.
청연은 지난 10월 대출 만기를 앞두고 KB와 양해(MOU)각서를 맺고 광주 치평동과 매월동 일대에 보유하고 있는 양한방병원, 재활센터, 요양병원 등 3개 동을 인수하고 재임대하는 방식에 합의했다. 청연이 부동산 거래 금액으로 125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B는 국내 최초로 헬스케어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조성을 위해 지난 8월 국토교통부에 ‘KB 헬스케어 1호 리츠’ 영업등록을 신청했다. 이 당시 리츠 총사업자금은 1362억원, KB는 자금이 조성되는 10월께 비상장 공모 청약에 들어갈 예정이었고 자산은 3000억원으로 불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토부가 최종 리츠사업신청이 무산되자 이 대표원장은 직원들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국토부를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금융사들도 상환 유예를 취소하면서 병원과 사업장 계좌가 동결됐다. 이달에는 직원 임금도 지급하지 못하는 등 부도 위기에 놓인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채권자는 "한달여 전부터 청연의 부도설이 돌면서 채권자들이 언론에 제보하고 기사가 포털에 노출됐지만 이내 사라지면서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청연의 회생신청은 무리한 사업 확장과 금전 차용에 따른 고리 이자 약속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 피해액이 2천억 원에 달하는 만큼 파급력이 크다고 생각해 신속한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검·경찰의 움직임이 없는 것은 보이지 않는 진짜 권력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청연 그룹은 2008년 광주 서구 치평동에 청연한방병원을 개원한 이후 전국에 병·의원 14곳, 해외 의료기관 개설, 한약재 제조, 부동산 시장까지 다양한 사업을 확장해 오면서 종사자 수만 1천여명에 달한다.
비주거용 건물 임대 사업을 하는 청연인베스트번트와 서연홀딩스, 병원 경영 컨설팅 전문 업체인 청연홀딩스, 한의약품 제조·유통 업체 씨와이 등이 그룹 계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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