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3명 중 1명 '콜 포비아' 호소
100년 전 전화공포증과 비슷한 양상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선생님, 저 좀 전에 전화로 꿔바로우 주문 성공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쿠팡플레이 'SNL 시즌3' 속 한 장면입니다. 젊은 사람들의 전화공포증을 풍자한 이 에피소드에는 MZ세대가 전화를 하지 못해 학원에 다니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방송에서는 현실을 다소 과장되게 그렸지만 ‘전화학원’도 생겨날 만큼 전화공포증은 젊은 사람들에게 만연한 증상입니다.
전화공포증이라고 부르는 '콜 포비아(Call Phobia)'는 통화에 불편함 또는 두려움을 느끼는 현상으로 심하게는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식은땀을 흘리는 등 신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수 아이유도 유튜브 '아이유의 팔레트'에서 "엄마랑 통화를 해도 조금 불편하다"며 전화공포증을 고백했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 되면서 '전화공포증'이 하나의 키워드로 떠올랐는데요. 문자메시지나 채팅에 익숙한 MZ세대에게 비대면 문화까지 더해지니 해를 거듭할 수록 전화를 어려워하는 MZ세대가 늘고있습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 된 MZ세대 1496명 중 35.6%가 전화공포증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동일 조사보다 5.7%p 늘어난 수치입니다.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소통방식은 '문자, 메시지 앱 등 텍스트 소통'으로 70.7%를 차지했는데 이 또한 9.3%p 늘어난 결과입니다.
외국의 MZ세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BBC 사이언스 포커스'에 따르면 영국 직장인 중 밀레니얼 세대의 70%가 전화벨이 울릴 때 불안함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또 MZ세대는 전화통화를 무시하는 경향이 많아 일부에서는 '벙어리 세대'라고도 부른다고 하는데요.
사실 전화를 두려워하는 MZ세대의 모습은 '벙어리 세대'라고 조롱 받기엔 억울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역사 속 자연스러운 흐름이기 때문이죠. 케이트 서머스케일이 쓴 '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에 따르면 전화공포증은 약 100년 전 전화기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부터 존재했다고 합니다.
감전 가능성과 같이 신기술이 낯설어 공포를 느낀 사람도 있었지만, 목소리만 오가다 보면 소통이 제대로 안 될 수 있고, 전화벨로 인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전화를 거부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체코 출신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도 전화를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전화공포증을 느끼는 원인이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도 전화로 원활한 소통이 어렵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가 생각하는 전화 통화의 가장 큰 어려움은 '생각을 정리할 틈 없이 바로 대답해야 하는 점'(60%, 복수응답)과 '생각한 바를 제대로 말하지 못할 것이 걱정돼서'(55.9%)라고 합니다.
전화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부분도 같습니다. 부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김모(26) 씨는 "전화를 하기 전 문자로 양해를 구하는 편이다"며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까봐 염려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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