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사회
주택가·학교까지 제집처럼…극렬 시위대에 '집시법 개정' 목소리
대통령 관저·헌재 인근 집회에 주민 불편 호소
"표현의 자유 존중하지만, 제3자 피해 없어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 찬성과 반대 세력이 나뉘어 서울 도심 곳곳에서 매일같이 시위를 벌였다. /장윤석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 찬성과 반대 세력이 나뉘어 서울 도심 곳곳에서 매일같이 시위를 벌였다.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4개월 넘도록 이어진 집회·시위에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종로구 재동 주민들은 소음과 교통, 안전 등에 불편을 호소했다. 현행법상 주거지나 학교 앞 등은 집회·시위 금지나 제한 통고를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집행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집회·시위에 따른 피해를 줄이고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8조에 따르면 거주자나 관리자가 시설이나 장소의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 집회·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을 통고할 수 있다. 집회 신고 장소가 다른 사람의 주거지역이거나 이와 유사한 장소로서 집회·시위로 재산·시설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학교 주변 지역으로서 학습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전후로 연일 집회가 열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는 주택과 기업, 각국 대사관, 영사관 등이 모여 있다. 일부 시위대는 한남초등학교 앞 골목까지 점거하며 철야 농성을 벌였다. 시위대로 한남대로 양방향 교통이 통제되고 시민들의 도보 통행까지 제한되면서 출퇴근길 극심한 혼잡을 초래했다.

헌재와 불과 6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재동초등학교가 있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헌재 100m 이내에서는 집회가 금지돼 있다는 경찰 안내에도 연일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경찰이 수차례 강제해산에도 나섰지만 이들은 재동초 앞으로 다시 모여들었다.

급기야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전후로는 대통령 관저와 헌재 인근 유치원과 학교 16곳이 단축 수업을 하거나 임시 휴교했다. 자영업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가게 문들 닫았고, 기업들은 재택 근무를 실시했다.

헌재 인근 한 주민은 "민원을 넣고 신고를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점점 늦은 시간까지 시위가 이어졌다"며 "새벽에 잠을 설쳐 하루 종일 늘 피곤했는데, 불법이면 다 잡아들여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제는 법률상 시위 장소 등을 제한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현행 집시법을 가지고는 집회나 시위 제한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임영무 기자
문제는 법률상 시위 장소 등을 제한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현행 집시법을 가지고는 집회나 시위 제한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임영무 기자

문제는 집시법 규정에 따라 집회·시위를 금지 또는 제한하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판례도 잇따랐다. 지난 2022년 5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시민단체는 대통령실 앞 집회를 신고했다. 경찰이 집시법을 근거로 집회 금지를 통고하자, 시민단체는 집회 금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법원은 금지 통고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법원이나 헌재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판단한다"며 "시위 제한이나 금지를 최소로 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제3자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현행 집시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인석 호서대학교 법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집회가 증가하고 방식도 주변에 피해를 줄 정도라, 표현의 자유와 환경권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본권에는 우열이 없지만 평온한 국민의 사생활, 주거권과 영업권 보호도 중요하기 때문에 사회 현상을 잘 반영한 새로운 규정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환경권의 최대 보장이 필요하다. 소음 강도뿐만 아니라 지속성과 반복성에 따른 규정, 시간과 장소 제한, 도로 통행 방해 등에 명확한 기준을 집시법에 담아야 한다"면서 "집회·시위를 대응하는 경찰의 규제 범위도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주민들이 계속 민원을 제기하고 진정을 해도 결국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우선시된다"며 "집시법에는 실제 피해자의 민원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아직 집회 문화가 올바르게 정립되지 않았다"며 "집회·시위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권리도 담을 수 있어야 하고, 한 집단이나 개인의 표현의 자유 때문에 다른 피해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제도를 분명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nswerin@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 챗GPT가 분석한 국힘 경선 시뮬레이션…승자는 누구?
· "세종으로 가겠다"…'대통령실 이전' 공약 내거는 李·金·金
· 경제범죄 수사에 열중하는 검찰…달라진 '특수부'에 시선집중
· '김장하 장학생' '문학 판사' '평균인의 삶' 문형배의 라스트신
· '서울대 19명' 앞세운 서울런 현수막…'학벌주의' 비판에 철거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