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한 달 서울 모기발생 하루 제외 '관심' 단계
"가을인데 모기장 치고 잠들어"…시민 불편 호소
[더팩트ㅣ장혜승·조소현 기자] #1. 직장인 김모(39) 씨는 모기 때문에 요즘 매일 밤잠을 설친다. 김 씨는 "잠이 들려고 하면 귓가에서 모기가 엥엥거리고, 미쳐버리겠다"며 "화장실에서까지 모기가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2. 직장인 송모(28) 씨도 침대 위에 모기장을 따로 치고 잠에 든다. 송 씨는 "가을인데도 모기가 극성이라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난다"며 "하루에 3~4마리 정도는 꾸준히 집에서 본다. 여름도 아닌데 침대에 모기장을 치고 잘 정도로 심하다"고 토로했다.
때 아닌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여름 역대급 폭염과 9월까지 이어진 늦더위 등 기후변화 때문이다. 주요 발열성 질환인 쯔쯔가무시증을 옮기는 털진드기도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서식지를 넓히고 있다.
2일 서울시 모기예보제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의 '모기 발생 단계'는 6일을 제외하고 2단계(관심) 수준을 유지했다. 야외에 모기유충 서식지가 20% 이내 형성된 단계로, 외부 기온이 낮은 경우 집안으로 모기 침입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상태를 뜻한다.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홍모(35) 씨는 "실내에 상주하는 모기가 너무 많다"며 "여름에도 잘 안 물렸는데 모기들이 실내에만 있다 보니 배가 고픈지 요즘은 부위를 가리지 않고 물어 온몸이 가렵다"고 했다.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원인은 이상기후 때문이다. 올여름 32도 이상 폭염이 계속되면서 모기 활동이 주춤한 대신 가을이 모기 활동에 더 적합한 환경이 됐다. 20년 전만 해도 밤에 주로 활동하는 빨간집모기의 첫 출연은 5월 하순이었는데 기온이 올라가면서 올해는 3월 하순으로 빨라졌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모기가 활동하는 온도는 13~32도 사이라 기온이 32도 이상 오르면 오히려 모기의 개체 수는 감소한다"며 "올해는 9월 중순까지도 폭염이 지속돼 모기가 활동하는 기간이 더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올해 모기는 11월에도 극성일 것으로 보인다. 실외 기온이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기온이 따뜻한 실내로 모기가 모여들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김동건 삼육대 스미스학부대학 교수(환경생태연구소장)는 "모기들이 따뜻한 실내로 이동한다"며 "이 때문에 봄, 여름보다 모기한테 더 많이 물린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기후는 가을철 주요 발열성 질환인 쓰쓰가무시증을 옮기는 활순털진드기의 서식지까지 넓히고 있다. 쯔쯔가무시증은 쯔쯔가무시균을 보유한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린 후 발생한다. 물린 후 10일 이내 검은 딱지가 생기는 특징이 있다. 주요 증상으로는 발열, 근육통, 반점상 발진, 림프절종대 등이 있다.
활순털진드기는 2013년까지만 해도 서해와 남해 등 남부지방 중심으로 발견됐다. 이후 2022년부터 강원도 철원 등에서 활동이 두드러지기 시작하며 서식지가 북쪽으로 확대됐다.
김동건 교수는 "곤충은 온도에 따라서 성장 속도나 살 수 있는 지역의 범위가 달라지게 된다"며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원래는 추웠던 북쪽도 따뜻해져 활순털진드기의 활동 반경이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예방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농작업 및 야외활동 시에는 털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긴 소매 옷, 긴 바지 착용 등의 예방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며 "야외활동 후 진드기에 물린 자국이 관찰되고, 10일 이내 발열·발진 등 증상이 나타나면 쯔쯔가무시증을 의심하고 의료기관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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