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체류 증인 영상신문 증거로 유죄 판결
"변호인 동의했더라도 증거재판주의 위반"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과거 법정에 나오지 못하는 증인의 진술을 담은 녹음파일을 증거로 인정해 선고된 유죄 판결은 적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서울 한 대학 교수 A 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교수는 2015~2016년 B 씨 등의 이름을 빌려 조교 인사 제청서를 학교에 제출해 장학금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은 A 씨의 혐의 일부를 인정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B 씨 명의로 받은 장학금 중 2016년 1학기 분은 B 씨 진술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해외 체류 중이어서 법정 증언도 듣지 못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2016년 1학기 장학금 사기 혐의도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사는 2심에서 말레이시아에 있는 B 씨를 영상을 통해 증인신문하자고 제안했고 변호인도 동의해 실제 절차가 진행됐다. 재판부는 이 신문을 담은 녹취파일과 녹취서 등본을 증거로 인정해 유죄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같은 녹취파일과 녹취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옛 형사소송법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사건 관계자나 피고인과 얼굴을 맞대고 진술하면 심리적 부담이 극심할 증인에 한해 영상 신문을 허용했다. 코로나 대유행 때인 2021년 개정 후에는 증인이 멀리 떨어진 곳이나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살고 있는 경우도 영상 증인신문이 가능해졌다.
2심 재판이 진행된 2020년은 해외 체류를 이유로 한 영상 신문이 허용되지 않던 때여서 재판부는 녹취파일과 녹취서 등본을 증거로 채택하는 우회적 방식으로 유죄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당시 형소법에서 정한 증인신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증인 선서나 위증죄 고지도 없이 진행된 증인 신문과 녹음파일은 증거로서 적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이 동의했더라도 위법성은 마찬가지라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판단에는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하거나 증거조사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재판을 다시 하도록 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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