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무관련성 없는 선물"
"단순 접견 위한 수단으로 봐야"
명품 가방 진위 확인 결과 '동일'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검찰이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의 모든 사건 관계자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고발장이 접수된 지 9개월 만의 결론이다. 법률가로서 유죄 확신이 없는 사건 기소는 무책임하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2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 청탁금지법 위반 등 고발 사건과 관련해 피고발인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 최재영 목사,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 등 5명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오후 2시 기자들을 만나 약 100장이 넘는 PPT 자료와 함께 수사 결과를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공소유지와 입증의 책임을 지는 수사팀이 법률가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혐의를 놓고는 최 목사의 선물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신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미신고 행위는 배우자가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 금품 등을 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아야 성립한다.
검찰은 "김 여사가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물품을 수수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에게 신고 의무 자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최 목사의 선물은 김 여사와의 우호적 관계 유지나 접견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봤다.
검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서울의소리 보도 당시 김 여사의 가방 수수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검찰이 윤 대통령의 신고 여부를 확인했는지 묻는 취재진에게는 "필요한 수사를 다 했다"고 말을 아꼈다.
검찰이 김 여사와 최 목사의 카카오톡을 대조해 본 결과 최 목사는 같은 고향과 김 여사의 부친과 친분을 강조하며 친밀감을 쌓으려 했지만 김 여사는 답변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검찰이 공개한 메시지를 보면 최 목사는 '제 고향이 양평 개군면이다', '큰 형이 김 여사의 아버지와 양평군청에서 같이 근무했다'며 친분을 쌓았다. 이후 김 여사가 답장을 하지 않자 '바쁘시면 간담회라도 해달라', '나 같은 사람까지 의심해서 그런 거라면 더 이상 소통할 생각이 없다', '서글프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검찰은 최 목사가 김 여사를 만난 이후 스스로 작성한 속기록에서도 선물은 뇌물이나 청탁 용도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공직자 배우자를 처벌할 근거 조항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김 여사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단독으로 뇌물 수수죄의 주체가 될 수 없고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물품 수수를 공모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을 두고는 알선에 대가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당사자들 사이에 알선 고의 내지 인식이 없었기 때문에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증거인멸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명품 가방이 대통령기록물 지정 여부 검토를 위해 대통령실에서 보관하던 중 검찰에 증거물로 임의제출 돼 증거 인멸죄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김 여사가 제출한 명품 가방과 최 목사가 건넨 가방이 일치한다는 확인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중앙지검 디지털 포렌식 센터에서 가방 버튼 스티커, 접힌 부분, 기포의 위치와 개수가 완전 동일하다는 결론을 받았다"며 "같은 가방이 아니라는 최 목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이 밖에도 화장품, 램프, 전통주 등의 선물을 김 여사에게 제공했다. 이 관계자는 "이 중 일부는 김 여사의 사무실에 있었으나 2022년 8월 수해 당시 훼손돼서 폐기한 걸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주거침입,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놓고는 "김건희와 우호적 관계 내지 접견 기회를 만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대검찰청 수심위는 지난달 김 여사에게는 모든 혐의 불기소, 최 목사에게는 청탁금지법 혐의만 기소를 권고한 바 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달 26일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했다. 수심위의 기소 권고를 불기소로 뒤집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수심위 제도가 있는 한 결론을 존중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법원의 판단을 한번 받아보라는 의미였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검사가 유죄 확신이 들지 않는 사건을 쉽게 기소한다면 법률 전문가로서 무책임하다"라고 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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