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수사 난항…관련자 통신영장 기각
마지막 1기 검사 사표 제출로 인력 유출
"공수처법 개정 통해 수사체계 갖춰야"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취임 두달 만에 검찰 출신 변호사를 차장에 임명 제청했다. 검찰 출신 차장이 임명되면 공수처가 겪어 온 '수사력 부족' 논란이 해소될지 기대된다. 이 밖에도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 증원'이라는 과제 해결도 새 차장 앞에 놓여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10일 이재승(50·사법연수원 30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를 공수처 차장에 임명 제청했다. 여운국 전 공수처 차장이 퇴임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지난 2020년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난 이 변호사는 시민단체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한 사건,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 아들 노엘(본명 장용준)의 음주운전 사건 등을 수사한 형사통으로 꼽힌다.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2021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검찰 출신 차장을 맞이하면 '수사력 논란'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1기 공수처는 처장과 차장이 모두 판사 출신으로 수사력이 부족하다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지난 5월 2기 처장으로 취임한 오 처장도 판사 출신이다.
특히 주요 수사인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 외압 의혹은 보존 기간 만료가 다가오는 관련자들의 통신기록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공수처는 법원에 통신 영장을 청구했으나 잇따라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기록은 보존 기한이 1년으로 공수처는 빠른 시일 내에 통신기록을 확보해야 한다.
국회가 강화된 채상병 특검법안을 발의하면서 여유가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공수처의 채상병 의혹 수사는 통신 기록 확보가 수사력 입증의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통신기록 확보는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수사"라며 "곧 사라질 정보이기 때문에 수사력에 대한 비판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질적인 인력난 해소도 필요하다. 공수처는 차장 임명과 동시에 검사 1명의 임명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6급 수사관 2명, 7급 수사관 1명도 수사관 모집에서 최종 합격해 임명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 10일 마지막 공수처 창립 멤버 11명 중 하나였던 이종수 검사가 사표를 제출하면서 또다시 수사 검사 인력에 공백이 생긴 상황이다.
공수처는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공수처법 개정 필요성 건의 문서에서 검사 인력 증원을 요청했다. 공수처는 검사 15명과 수사관 40명, 행정 인력 30명이 늘어나야 역할 수행을 위한 적정 인력이 확보된다고 밝혔다. 현 정원인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 인력 20명 등 총원 85명으로는 중앙 행정기관 및 수사기관으로서 최소한의 기능 수행이 어렵다는 내용도 담겼다. 공수처는 공소 유지 및 송무 업무의 인력 부족과 수사 행정 전담 수사관 부족으로 기관 운영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공소 제기 및 유지 등 공판 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공소부 신설도 요청했다. 공수처는 수사1부는 부패·경제 범죄, 수사2부는 직무 관련 범죄, 수사3부는 선거 등 기타 범죄, 수사4부는 범죄 수익 환수 및 일반 고소·고발 등 수사 5부 체계로 수사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군법무관 출신인 법무법인 일로 문건일 변호사는 "군법무관을 포함한 공익 수사 인력도 변호사로 유출되는 상황"이라며 "공수처가 제대로 된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공수처법 개정을 통해 수사 체계를 갖추고, 실력 있는 인력을 유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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