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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간 채상병 특검…'단독 찬스' 맞은 공수처

  • 사회 | 2024-06-02 00:00

'대통령실-국방부' 통화 기록 확보
'VIP 격노설' 진위 여부 확인도 쟁점
통화 내용 확인이 수사 터닝포인트


지난 21대 국회의 숙원이었던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법안이 부결되면서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손에 남게 됐다. /과천=임영무 기자
지난 21대 국회의 숙원이었던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법안이 부결되면서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손에 남게 됐다. /과천=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법안이 끝내 부결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특검이 불투명해지면서 채상병 의혹의 진상규명은 이제 공수처 손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달 28일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석 294명, 찬성 179명, 반대 111명, 기권 4명으로 부결됐다. 의결 정족수는 196명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달 30일 개원한 제22대 국회에서 다시 채상병 특검법안을 발의했으나 법안 발의부터 상임위원회 논의와 본회의 표결 등을 다시 거쳐야 하는 등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 통신 기록 속속 등…불붙은 공수처 수사

최근 공수처는 수사에 고삐를 죄어왔다. 특히 수사 기록 이첩 전후인 지난해 7~8월 김계환 사령관의 휴대 전화 통화 기록을 모두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명 혐의로 군 재판을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이 확보한 통신사실 조회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8월2일 낮 12시 7분과 12시 43분, 12시 57분 3차례 전화 통화를 나눴다. 이날은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전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한 날이다.

첫 번째 전화와 두 번째 전화 통화 사이 박진희 국방부 군사보좌관은 경찰 이첩과 관련해 김계환 사령관과 논의했다. 두 번째 전화와 세 번째 전화 사이에는 박정훈 수사단장이 해임됐다. 마지막 전화가 이뤄진 후 오후 3시34분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 전 장관과 통화를 나눴다. 이날 저녁 7시20분 국방부 검찰단은 사건 기록을 경찰에서 회수했다.

그 후에도 이 전 장관의 전화는 계속 울렸다. 이 전 장관은 8월3일 방문규 국무조정실장과 두 차례, 4~7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다섯 차례,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과 7차례 8일 윤 대통령과 한 차례 통화했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수사를 받던중 출국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지난 3월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수사를 받던중 출국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지난 3월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 'VIP 격노설' 진실은…대통령실 조사도 불가피

또 다른 핵심인 이른바 'VIP 격노설'도 상당히 구체화됐다. 'VIP 격노'가 있었다고 추정되는 날인 7월31일, 국방부의 언론 브리핑이 취소되기 직전인 11시54분께 이 전 장관은 '02-80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를 받았다. 대통령실 일반 전화 번호다.

김 사령관은 'VIP 격노'을 언급한 적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동안 'VIP 격노설'은 박 전 단장만 주장해왔지만 공수처는 최근 지난해 8월1일 김 사령관 주재 회의에 참석한 해병대 고위 간부에게 'VIP 격노설'을 들었다는 진술과 함께 이 간부와 김 사령관이 나는 통화 녹취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증거가 확보되면서 윗선 수사도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공수처도 김 사령관 조사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4일, 21일에 이어 세 번째다.

용산의 개입 정황이 나온 이상 대통령실 조사도 불가피하다. 다만 통화 내용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해 8월2일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과 나눈 통화에서 채상병 관련 논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기 때문에 단순히 통화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외압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공수처가 대통령실과 이 전 장관의 통화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밝혀내는 게 수사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통화기록 확보에 이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아직이다. 이미 때를 놓쳤다는 지적도 있다. 윤 대통령 조사도 불가피할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데 공수처가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검법이 통과돼 출범했다면 공수처는 그동안의 수사 자료와 함께 최종 판단도 맡길 상황이었다. 이제는 공수처가 관련자들의 구속영장 청구를 비롯해 검찰 기소 전 단계의 수사를 마무리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윤 대통령의 출석 조사 가능성을 놓고 "일반론적으로 동의한다"며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해 성역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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