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무전공 선발 확대 잇따라
학칙 개정 속도에도 내부 반발에 진통
[더팩트ㅣ장혜승·황지향·김시형·이윤경 기자] 대학들이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는데 이어 의과대학 정원 증원까지 사실상 확정되면서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 관심이 모아진다. 두 가지 변화 모두 대입 판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 입시생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무전공 확대 선발…"진로 개척 장점"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들은 올해 입시에서 무전공 선발 확대를 확정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건국대는 일부 학과를 통폐합한 정원으로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해 308명을 모집한다. 경희대는 서울캠퍼스의 경우 기존 70여명이었던 무전공 정원을 165명으로 늘린다. 경희대 국제캠퍼스는 241명 규모의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한다.
성균관대는 인문·자연 통합 자유전공계열을 신설해 280명을 추가 모집한다. 이에 기존 1514명이던 무전공 선발 인원은 1651명까지 늘어난다. 한양대 역시 250명 규모의 한양인터칼리지학부를 신설한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무전공 선발 인원과 구체적인 전형 방법 등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심사·승인을 거쳐 이달 말 공개할 방침이다. 연세대도 무전공 검토 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각 대학은 정부의 재정지원 인센티브 방침에 따라 경쟁적으로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2024년 대학혁신 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25학년도 입시에서 대학이 모집인원의 25%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하면 대학혁신지원사업비로 인센티브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수험생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수험생이 고2인 해 4월 대입전형시행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이에 대학별 2025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은 지난해 이미 발표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무전공 입학 인센티브 정책이 발표되기 전이라 해당 내용이 반영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의 무전공 확대를 두고 학과와 무관하게 진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상누각'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래 사회에 필요한 융합형 인재 육성을 한다는 측면에서 대학의 학과 체계와 현실 직업 세계와의 괴리를 좁히는 데 분명한 장점이 있다"면서도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진로 진학 담당 교수 대거 확보, 교육과정 개발, 트랙 시스템 구축 등 충분한 제도적 여건이 필수"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기초학문 후속세대 성장을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는 문제도 있다"며 "장학금 제도 등 유인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의대 증원도 변수…"입시 합격선 큰 변화"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의대 증원도 올해 입시에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7일 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했다. 이에 전국 의대 신입생 정원은 최대 1509명 증원돼 총 4567명을 뽑는 것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무전공 확대에 의대 증원에 따른 정원 배분의 영향으로 각 대학은 학칙 개정에 분주하다. 건국대 등에서는 무전공 확대를 위한 일부 학과 통폐합 추진에 학생들이 반대하면서 극심한 내홍을 겪기도 했다.
의대 증원에 따른 학칙 개정을 완료한 대학도 증원 대상인 32곳 중 12곳 뿐이다. 나머지 대학은 학내 반발로 법원 결정을 지켜보겠다며 학칙 개정을 보류해왔다. 법원의 각하·기각 결정으로 대학은 보류했던 학칙 개정 절차를 재개할 것으로 보이지만 의대생과 의대 교수들의 반발이 거센 만큼 진통이 예상된다.
대학의 학칙 개정 이후 대교협은 대입전형시행계획 심사를 재개해 이달 31일까지 확정할 예정이다. 대교협에서 심사가 확정되면 각 대학은 수시모집 요강을 발표, 수험생들은 본격적인 입시 경쟁에 돌입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상위권 반수생이 증가하고 합격선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위권 반수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재수생 규모, 재수생 수준 차이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고 고3 수험생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불안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의대 모집인원 확대로 상향 지원, 의대 간 중복합격, 이공계 간 중복합격이 증가해 합격선이 하락할 수 있다"며 "추가 합격자 증가 등 복합적으로 작용해 합격선에 큰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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