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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외압 의혹' 윗선은 누구…수사 명운 달렸다

  • 사회 | 2024-05-03 00:00

이종섭, 수사 결과 발표 취소·축소된 기록 재이첩
대통령실-국방부 통화 기록 확보…수사 불가피


지난해 집중 호우 당시 사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를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연일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가 점점 핵심을 파고 들고 있는 모양새다.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채 상병 사건 조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지난달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지난해 집중 호우 당시 사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를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연일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가 점점 핵심을 파고 들고 있는 모양새다.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채 상병 사건 조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지난달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지난해 집중 호우 당시 사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연일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는 등 피치를 올리고 있다. 수사의 쟁점은 '누가' 외압을 행사했는지다.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지난달 26일과 29일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2일에는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을 불렀다. 곧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출석시킬 예정이다.

이 의혹은 지난해 7월19일 경상북도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숨진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수사의 가장 목표는 '외압'을 행사한 주체 규명이다. 경찰로 넘어간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기록에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축소하도록 한 배후를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 국방부, 경찰로 간 조사 기록 반나절 만에 회수

우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지시였다는 의심이다. 이 전 장관은 그해 7월31일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 발표와 경찰 이첩을 중단시켰다. 가장 먼저 정상적인 수사와 결과 발표에 균열이 생긴 시점이다. 그럼에도 이틀 후 박정훈 대령은 경찰에 수사 기록을 이첩했고, 국방부 검찰단은 이첩 반나절 만에 기록을 회수했다. 박 대령은 항명 혐의로 군 재판을 받고 있다.

8월9일 국방부는 경찰에서 회수한 수사 기록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내 재검토하게 했다. 같은 달 21일 혐의 대상자 8명 중 임성근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을 빼고 혐의도 축소된 수사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재이첩한다. 수사 기록에는 단 두 명만 혐의자로 적혀있었다. 유 법무관리관은 이 과정에서 군 사법 절차를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했다는 혐의로 공수처에서 두 차례 조사를 받았다. 국방부 조사 본부 관계자들은 이 전 장관이 직접 명령을 내리며 주도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압수수색 당시 공수처도 이 전 장관이 수사를 축소하는 데 관여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이 자체가 성립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직권남용 혐의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그의 권리행사를 방해할 경우 성립한다. 애초에 수사권 지휘권이 없는 국방부 장관에게 직권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지난달 29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사건 피의자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지난달 29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사건 피의자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02로 걸려 온 전화 발신지는 '이태원로'

국방부보다 더 높은 윗선으로 의심받는 곳은 '대통령실'이다. 대통령실에서 개입했다는 의혹은 공수처의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이 전 장관이 수사 결과 발표 취소를 지시한 지난해 7월31일 오전 11시50분께 서울 지역의 유선 전화번호인 '02-800-'으로 시작하는 전화를 받았다. 발신지는 '이태원로', 가입자는 '대통령실'이었다.

대통령실로 의심되는 전화를 받은 직후 이 전 장관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2시간 뒤 예정돼 있던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사건 언론 브리핑과 국회 보고를 취소했다. 대통령실이 수사 외압의 가장 윗선일 수 있다는 의심이 생기는 이유다.

최근 MBC가 공수처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유 법무관리관의 통화 내역을 확보했다고 보도하면서 대통령실을 향한 수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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