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수사 결과 발표 취소·축소된 기록 재이첩
대통령실-국방부 통화 기록 확보…수사 불가피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지난해 집중 호우 당시 사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연일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는 등 피치를 올리고 있다. 수사의 쟁점은 '누가' 외압을 행사했는지다.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지난달 26일과 29일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2일에는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을 불렀다. 곧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출석시킬 예정이다.
이 의혹은 지난해 7월19일 경상북도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숨진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수사의 가장 목표는 '외압'을 행사한 주체 규명이다. 경찰로 넘어간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기록에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축소하도록 한 배후를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 국방부, 경찰로 간 조사 기록 반나절 만에 회수
우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지시였다는 의심이다. 이 전 장관은 그해 7월31일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 발표와 경찰 이첩을 중단시켰다. 가장 먼저 정상적인 수사와 결과 발표에 균열이 생긴 시점이다. 그럼에도 이틀 후 박정훈 대령은 경찰에 수사 기록을 이첩했고, 국방부 검찰단은 이첩 반나절 만에 기록을 회수했다. 박 대령은 항명 혐의로 군 재판을 받고 있다.
8월9일 국방부는 경찰에서 회수한 수사 기록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내 재검토하게 했다. 같은 달 21일 혐의 대상자 8명 중 임성근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을 빼고 혐의도 축소된 수사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재이첩한다. 수사 기록에는 단 두 명만 혐의자로 적혀있었다. 유 법무관리관은 이 과정에서 군 사법 절차를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했다는 혐의로 공수처에서 두 차례 조사를 받았다. 국방부 조사 본부 관계자들은 이 전 장관이 직접 명령을 내리며 주도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압수수색 당시 공수처도 이 전 장관이 수사를 축소하는 데 관여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이 자체가 성립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직권남용 혐의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그의 권리행사를 방해할 경우 성립한다. 애초에 수사권 지휘권이 없는 국방부 장관에게 직권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02로 걸려 온 전화 발신지는 '이태원로'
국방부보다 더 높은 윗선으로 의심받는 곳은 '대통령실'이다. 대통령실에서 개입했다는 의혹은 공수처의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이 전 장관이 수사 결과 발표 취소를 지시한 지난해 7월31일 오전 11시50분께 서울 지역의 유선 전화번호인 '02-800-'으로 시작하는 전화를 받았다. 발신지는 '이태원로', 가입자는 '대통령실'이었다.
대통령실로 의심되는 전화를 받은 직후 이 전 장관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2시간 뒤 예정돼 있던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사건 언론 브리핑과 국회 보고를 취소했다. 대통령실이 수사 외압의 가장 윗선일 수 있다는 의심이 생기는 이유다.
최근 MBC가 공수처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유 법무관리관의 통화 내역을 확보했다고 보도하면서 대통령실을 향한 수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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