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응시료, 학원비, 취업사진비까지 줄인상
가족 도움, 아르바이트 충당하지만 부담 가중
최근 한 취업사이트가 317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2024년 채용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줄어들 것'이라는 답변이 77%를 넘는 등 올해도 채용시장 전망은 밝지 못하다. 취업전선에서 악전고투 중인 MZ세대에게는 힘빠지는 소식이다. 정부는 여러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체감도는 높지 않은 듯하다. <더팩트>는 2회에 걸쳐 MZ 취준생의 고통은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편집자주>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이윤경 인턴기자] "식비부터 시작해서 학원비, 교재비에 스터디카페 이용료까지…한 학기 기준 대학 등록금이랑 비슷할걸요."
지난해 4월부터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권모(23) 씨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안 그래도 고물가에 식비를 대기도 벅찬데 설상가상 7월부터 학원비가 20% 인상됐다. 권 씨는 "물가가 올라서 평소 챙겨 먹던 아침도 안 먹고 있다"며 "그래도 한 달에 50만원은 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각종 시험 응시료 줄줄이 인상…"부담이 큽니다"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면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취업준비생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2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각종 자격증 시험 응시료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취업 필수 '스펙'으로 꼽히는 토익의 경우 12월 기준 시험 응시료가 4만8000원이다. 토익 스피킹 응시료도 지난 2022년 7월부터 8만4000원으로 인상됐다. 외국어 말하기 평가인 오픽 응시료는 7만8100원이었지만 지난해부터 8만4000원으로 올랐다.
다른 자격증 시험 응시료도 오르는 추세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심화' 난이도는 기존 2만2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일반' 난이도는 기존 1만8000원에서 2만200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올해부터는 세무사와 관세사 국가공인자격시험도 2~3배 수준으로 오른다. 세무사 응시료는 현재 1·2차 통합 3만원이지만 3만원씩 총 6만원으로 뛴다. 관세사 시험은 1·2차 통합 2만원에서 총 6만원으로 인상된다.
취준생들의 주름살이 깊어진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문모(28) 씨는 "대부분 언론사가 토익 850점 이상을 요구한다"며 "고득점이 필요해서 한 달에 시험을 두 번 치른 적도 있는데, 취업 준비 기간 토익 시험을 보는 데만 50만원을 쓴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문 씨는 "지금은 원하는 점수를 얻어서 (시험을) 치르지 않고 있지만 8개월 뒤에는 성적이 무효가 되기 때문에 그 전에 취업을 해야 할 것 같다. 여러모로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토익 등 외국어 시험 주관사가 인정하는 성적 유효 기간은 2년이다.
◆학원비·독서실 이용료도 부담…"식사는 주로 편의점에서"
학원비, 교재비 등도 부담이다. 공인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유모(26) 씨는 "처음에는 정규 강의를 모두 수강해야 했기 때문에 인터넷 강의에만 1년에 350만원을 썼다"며 "지난해는 문제풀이 강의만 수강해서 120만원이 들었다. 다만 교재, 공책 등에도 50만원가량을 사용했기 때문에 170만원 가까이 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든 수험생이 강의를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학을 했을 때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며 "최신 이슈나 법령 개정 사항 등 유력 출제 예상 문제들을 혼자 챙기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강의를 듣지 않았을 때) 불안감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독서실 이용료도 어깨를 짓누른다. 유 씨는 "월 15만원 정도가 독서실 이용료로 나간다"며 "집에서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독서실에) 다녀보니 집중도 차이가 컸다. 공공 도서관을 다니면 돈을 절약할 수 있지만 가깝지 않고 교통비 등을 고려하면 지출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건설회사 전기직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26) 씨도 시름이 깊은 건 마찬가지다. 토익 스피킹과 전기기사자격증, 전기공사기사자격증, 산업안전기사자격증 등 각종 자격증 응시료에만 지난해 27만6000원을 사용했다.
이 씨는 "자격증 시험을 각각 두 번씩 응시했다"며 "토익 스피킹은 아직 따지도 않았다. 전기기사·전기공사기사 자격증 인강(인터넷 강의)에는 50만원을, 산업안전기사 자격증 인강에는 40만원을 별도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스터디카페 이용료 11만원 등 매달 총 50만원 가까이를 사용하고 있고, 고정 지출 때문에 식사는 주로 편의점에서 해결한다.
◆취업사진에 거액 투자도…"지난해 대비 취준 비용 올랐다"
일부 취준생들은 스펙 쌓기 외에도 추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A(26) 씨는 최근 취업사진을 찍는데 9만원을 사용했다. 일반 사진관에서 촬영하면 1~2만원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잘 나오는 곳에서 찍고 싶었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사진이) 취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다른 이들이 메이크업을 받고 사진을 찍으니 '나도 한 번 찍는 거 제대로 찍자'는 생각이 들어 거액을 투자했다"고 고백했다.
취업콘텐츠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지난해 8월11일부터 18일까지 청년 구직자 1588명을 대상으로 '취업 비용'에 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생활비와 교통비를 제외하고 취업 준비에 사용하는 월평균 비용은 '10만원 이상 30만원 미만(30%)'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30만원 이상 50만원 미만'은 23%, '50만원 이상 100만원 미만'은 13%였다. 취업 준비에 월평균 200만원 이상 사용한다는 응답(2%)도 있었다.
응답자의 52%는 '지난해에 비해 취업 준비 비용이 늘었다'고 답했다. 이들은 '학원비 및 온·오프라인 강의 수강료(37%)'에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었다. 필요한 비용은 '가족의 도움(38%)'을 받거나 '아르바이트(30%)'를 하면서 충당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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