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00여곳 감소 추세…대형마트·전자상거래에 직격탄
'문구점 인증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등 호소
[더팩트ㅣ이윤경 인턴기자] 지난 20일 오전 7시30분. 서울 종로구 혜화초등학교 건너편 아림사 문구에 불이 켜졌다. 40년간 문구점 명맥을 잇고 있는 손모(70) 씨는 매일 이 시간이면 가게 문을 연다. 혹여나 학생들이 일찍부터 찾진 않을까 싶어서다.
지친 표정으로 허기를 귤로 때워가며 텅 빈 문구점을 지키던 손 씨는 학생들이 들어오자 금세 웃는 얼굴로 맞았다. 이 학생들을 포함해 이날 오후 2시까지 손님은 총 4명뿐이었다. 손 씨는 "학생들이 많이 줄어든 것을 실감한다"며 "지금도 이걸 할지 말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학교 앞 '문방구'가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문구소매점은 매년 500여곳씩 감소하는 추세다. 2012년 1만4731곳이던 문구소매점은 2013년 1만3496곳, 2014년 1만2364곳, 2016년 1만963곳, 2017년 1만620곳, 2018년 9826곳, 2019년 9468곳 등 급감했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운영 중인 전국 문구소매점은 8000~8500곳에 그쳤다.
문구점이 설 자리를 잃은 것은 학령 인구 감소의 탓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학령인구는 2000년대 1138만명에서 2022년 750만명으로 줄었다. 2072년에는 278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 씨는 "내년도 혜화초 신입생이 56명이라더라"면서 "전체 학년을 다 합해도 40년 전 한 학년 인원수도 안 된다"고 했다. 손 씨가 혜화초 앞에 처음 자리 잡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7~8곳에 달하던 문구점은 이제는 아림사 한 곳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옛날엔 문구점 뿐만 아니라 서점도 많았는데 이제는 다 없어졌다"며 "10년 전엔 2곳 정도 남았는데 그마저도 5년 전에 1곳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고 아쉬워했다.
대형마트, 전자상거래(이커머스)의 발전도 문구점의 쇠퇴를 가속화했다. 값싼 학용품 공세, 온라인을 통한 간편한 거래 등에 학교 앞 문구점이 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서울 종로구 효제초등학교 앞에서 60년째 성도문구를 운영하고 있는 김경환(70) 씨는 "내가 문구점 사장이라도 손주들한테 뭘 가져다줄 수가 없다. 인터넷으로 사면 바로 다음날 오지 않냐"며 "그나마 남아 있는 애들도 대형마트 같은 곳에 몰린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볼펜 하나를 사려고 해도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 않냐"며 "문구점은 없어질 사업"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시행된 '학습준비물 지원제도' 역시 문구점에 타격을 입혔다.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는 학교나 교육청에서 입찰을 통해 문구류를 구입해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제도다. 학생 부담은 덜었지만 영세 문구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재민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차장은 "문구점이 어려운 이유로 학습준비물 제도가 크다"며 "학교에서 준비물을 다 제공하는데 문구점을 찾겠냐"고 했다.
이 차장은 문구점을 살리기 위해 인증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문구류 같은 경우 아무 소매업체나 참여 가능하다"며 "문구점을 실제로 운영하는 업체만 등록할 수 있도록 문구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은 문구소매업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