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원복·직설화법·중립성 등 평가 엇갈려
'부산 돌려차기' 등 피해자 중심 사고 호평
[더팩트ㅣ장우성 정채영 김시형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하고 정부과천청사를 떠났다. 취임 1년7개월 만이다. 법조계를 넘어선 존재감을 과시한 '스타 장관'이었던 만큼 평가도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
한 장관은 지난해 6월 취임 한 달 만에 '검수원복'에 착수했다. 검찰 수사권 축소 자체가 부당하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이어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꺼내들었다. 검찰이 수사 개시 가능한 범죄의 범위를 문재인 정부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 이전으로 사실상 되돌리는 내용이었다.
'검수원복 시행령'을 놓고는 찬반 평가가 엇갈린다. A 변호사는 "검수완박을 놓고 시행령만으로 원상복구를 한 것은 헌법 정신과 법률체계에 맞지 않고 국회 입법권 무력화를 시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B 로스쿨 교수는 "검수완박 문제는 검찰 존립과 관련된 큰 이슈라 검찰 조직의 동요가 컸다. 지난 정부 친 정부적인 검사 양산으로 떨어진 검찰의 신뢰 회복도 과제였다"며 "어려운 과제를 안고 출발한 장관으로서 (검수원복으로) 검찰조직을 안정화시킨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인력 확보 등 확대된 수사권을 행사할 준비가 부족했던 경찰의 시행착오 기간을 단축하고 수사 공백의 부작용을 최소화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9월 국회 대정부 질문이 진행된 본회장은 긴장감이 팽팽했다. 5선의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동안 무례한 발언, 국회의원들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 불손한 태도에 대한 사과를 할 기회를 드리겠다"고 말을 꺼내자 한 장관은 "국민에게 이상한 욕설 같은 것도 하시는 분이 훈계하는데 대정부질문 시간을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맞받아쳤다.
이같은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화법도 찬반 양론을 불렀다. 특히 야당 의원의 저격에 물러서지 않고 역공하는 모습에 양 진영의 반응은 엇갈렸다. 최진녕 변호사는 "보기 나름인데 낯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원이 지적하면 아무 말 못 했던 기존 장관의 태도가 문제였다. 영국은 의회에서 맞짱 토론을 한다"며 "비로소 행정부와 야당 간 실질적 토론이 이뤄지고 민주주의가 살아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인으로서는 몰라도 장관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B 로스쿨 교수는 "정치적인 민감한 문제에 너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당사자로서 싸우는 모습은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이례적이었다. 여당 지지자들은 속시원했겠지만 일반 국민이 볼 때는 불편했다"며 "민주당이 한 장관을 '공공의 적'으로 포커싱한 탓도 있지만 장관으로서 적절한 모습은 아니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C 로스쿨 교수는 "장관으로서는 부절적했다. 이제 정치를 한다고 하니까 이해가 가는 점이 있다. 오히려 정치에 더 어울리는 게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행정부 고위 공직자로서 정치적 중립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A 변호사는 "공무원법에 따라 정무직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하지만 한 장관의 지난 행보를 보면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며 "민주당 의원에겐 돈봉투 소리까지 들렸다고 상세히 (체포동의안 국회 설명에서) 얘기했지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은 모른다고 하질 않나 질문한 기자에게 민주당이 질문하라고 시킨다는 등 언론 모욕까지 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장관 이전에 민주당 의원"이라고 호언할 만큼 조국, 추미애, 박범계 장관 등 문재인 정부 때부터 법무부 장관의 정치편향성은 시작됐다는 반박도 있다.
전두환 시절 프락치 강요사건, 안인득 방화살인 사건 , 이춘재 살인누명 사건 등 국가 손배소 사건에서 과감한 상소 포기는 공통적으로 호평하는 분야다. '제시카법' 등 범죄 피해자 중심의 입법 활동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부산 돌려치기 사건' 피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한 일 등 피해자를 우선시하는 행보도 큰 공감을 불렀다. B 로스쿨 교수는 "법조계가 국민에게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인상을 준 게 사실이었다. 수장인 장관이 직접 범죄 피해자에게 제도적 배려가 매우 부족했다고 인정하고 사과한 건 참 잘 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제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을 걷는다. 2001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한 뒤 22년 간 몸담았던 법조계를 떠나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정치권으로 향하는 것이다. C 로스쿨 교수는 "장관은 본인의 실력을 가지고 평가 받지만, 정치인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지금 당장보다는 앞으로 지지를 확산 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잘 될 것이라는 기대와 용두사미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교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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