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육아휴직 사용률 16개 시·도 중 12위
"일·생활 양립 불가…대체인력 충원도 한계"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서울시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목표로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육아휴직을 사용한 소속 공무원은 4명 중 1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내부부터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만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서울시 공무원 1만393명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공무원은 2681명으로 25.8%를 차지했다. 4명 중 1명 꼴로 16개 지자체 중 12번째다.
시와 자치구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다. 소방공무원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무원 조직은 민간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육아 여건이 나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유아휴직 사용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시도 내부적으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세 아이를 둔 서울시 공무원 A씨는 "육아휴직을 쓰면 '승진을 포기했구나'라고 여긴다"며 "요즘은 출산 연령대가 높아져서 승진을 목전에 두고 있는 분들도 꽤 있다. 어떻게 (육아휴직에) 들어가겠나"고 반문했다.
육아휴직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경제적인 부담도 사용을 꺼리는 이유다. 기여금 등을 제외하고 A씨가 실제로 받은 급여는 한 달에 78만 원 정도였다. 또 육아휴직자 업무를 누군가는 맡아야 하지만 대체인력 충원도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B씨는 "임신 중에 유산 위험이 있었는데 병가나 제도를 이용하려면 다른 직원들의 희생이 필요했다"며 "쉬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민폐가 되니 눈치를 보고 무리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1월이나 7월 인사 발령철에 육아휴직에 들어가야만 후임자 배정이 가능하다는 게 공무원 사회 암묵적 룰이다. 출산을 인사 시즌에 맞추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또다른 육아 지원 정책인 육아시간도 눈치가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육아시간은 만 5세 이하 자녀를 가진 공무원에게 육아를 위해 제공하는 1일 2시간의 휴가다.
A씨는 "일과 생활 양립이라는 게 이뤄질 수 없다"며 "6시간 만에 업무를 다 마치고 집에 가서 아이를 돌봐야하는데, 점심시간에도 (일하고) 화장실에도 뛰어다니면서 일을 해야 되니 도저히 인간이 할 짓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그는 몇 달 지나지 않아 육아시간 활용을 포기했다고 한다.
B씨는 육아시간을 사용하던 중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자신을 겨냥한 글을 발견했다. 조직 내부의 인식전환은 아직 멀었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그는 "2시간 단축 근무를 해도 집에 가서 아이를 재워놓고 밤 11시부터 1~2시간씩 업무를 해결했다"며 "업무량이 줄어들지 않지만 그래도 주변 직원들이 많이 도와줘서 (육아시간도)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인식은 여전했다"고 말했다.
결국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체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인사상의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혜인 의원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육아휴직을 쓰는데 부담이 덜한 공직사회에서도 육아휴직 사용에 눈치를 보는 것이 현실"이라며 "자녀를 돌보는 것이 어려우면 어려울 수록 저출생은 공고해진다. 공직사회부터 육아휴직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시는 육아휴직에 따른 인력 공백을 채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한시임기제를 채용하거나 매년 1·7월 결원 충원을 실시하고, 단순반복 업무는 기간제를 채용한다.
올 6월부터는 육아지원 조직문화를 선도한다는 취지로 오세훈 시장의 대표 보육정책인 엄마아빠 행복프로젝트의 하나인 '서울시 일·생활 균형 3종 세트'를 시행 중이다. 배우자가 출산하면 직원이 신청하지 않아도 10일의 출산휴가를 부여하도록 의무화하고, 인사상 불이익 걱정없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연 1회 서면으로 권고한다.
또 만 6~8세의 자녀가 있는 직원들도 육아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례 개정을 추진한다. 지난달 16일 입법예고에 들어갔고, 내년 서울시의회에 조례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다만 조직문화 혹은 인식 차원의 문제까지 모두 제도화라는 일률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육아휴직자가)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겠지만, 인력 충원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는 만큼 인력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육아시간 정책의) 취지는 '배려'인 만큼 부서장이 업무를 조정해주는 등 관심을 갖고, 다른 직원들도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hi@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