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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으로 받아들여야"…우울증 극복한 모녀 6년 투병기

  • 사회 | 2023-10-23 00:00

전문가들 "충고·조언보다는 격려·지지"

전문가들은 우울증이 단기간에 나아지는 질병이 아니며, 우울증 환자에게는 그에 알맞은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 뉴시스
전문가들은 우울증이 단기간에 나아지는 질병이 아니며, 우울증 환자에게는 그에 알맞은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 뉴시스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6년 전 외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미경(33·가명) 씨 어머니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 무렵 허리디스크 발병까지 겹쳤다.

상실감과 불안감으로 우울해하던 어머니에게 미경 씨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만 조언했을 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어머니가 우울증 판정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경 씨는 어머니가 부정적인 생각만 버리면 쉽게 나아지리라 생각했다. 예상과 달리 우울증은 4년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았고, 어머니는 위급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그제야 모녀는 우울증을 '병'으로 인식하고 정신병원을 찾았다.

미경 씨도 어머니의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다. 요리를 하고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 오는 등 기분 전환을 위해 노력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매사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어머니는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미경 씨의 노력에도 어머니가 호전되지 않은 이유는 우울증을 단시간에 낫지 않는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상민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은 양상도 다르고 증상도 차이가 많지만 분명한 질병"이라며 "주변인들이 단순히 '극복 의지가 없냐'는 식으로 환자를 바라보고 공감하지 못하면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책 '소중한 사람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가 거부하더라도 곁에 있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더팩트DB
책 '소중한 사람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가 거부하더라도 곁에 있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더팩트DB

◆이유 묻거나 섣부른 충고·조언 금물…일상적 역할 중요

전문가들은 특히 우울증 환자 주변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긴 호흡으로 환자의 곁에 머물면서 말을 충분히 들어주고 지지와 격려를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30여년간 우울증 환자를 치료해 온 임상 심리학자 휘프 바위선의 저서 '소중한 사람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에 따르면 환자가 느끼는 모든 감정, 상심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공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왜 우울하냐'라던가 '요즘 어떠냐'는 식의 질문보다는 일상적인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다.

미경 씨는 어머니의 우울증을 질병으로 받아들이고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밤마다 어머니와 산책하며 말을 최대한 들어줬다. 미경 씨는 "'마음이 아파서 저렇게 불안해하는구나'하고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며 "감기에 걸리면 기침을 하고 콧물이 나오듯이 불안도 우울증이라는 병의 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어머니는 결국 지난 5월 우울증 완치 판정을 받았다.

우울증 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우울증에 대한 인식은 아직 낮다. 미경 씨는 "정부가 우울증 치료 홍보에만 중점을 두는 것 같다"며 "우울증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정보를 개선하는 일에 앞장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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