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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뭐지?] "명절이 대수냐"…인천국제공항에 사는 노숙인들 (영상)

  • 사회 | 2023-09-28 00:00

나름 깔끔한 옷차림에 '고성방가' 없어
노숙 4년 차 "노숙인 쉼터보다 공항이 넓고 좋아"
공항 직원들은 불편 토로


[더팩트ㅣ인천국제공항=이덕인 기자] 예년보다 길어진 추석 연휴를 맞아 국내와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인천국제공항은 북적입니다. 공항에는 여행객들의 캐리어와는 조금 다른 캐리어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요.

바로 노숙인들입니다. 그들은 명절이 와도 보러 갈 가족이 없습니다. 공항에 정착한 이유가 궁금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지난 19일 저녁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지하 1층. 공항 이용객을 위한 휴게공간 의자 곳곳의 노숙인 7명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여성 노숙인도 3명이나 보입니다.

서울역, 영등포역에서 보던 노숙인과는 꽤 다른 모습입니다. 나름 깔끔한 옷차림에, 술에 취해 고성을 지르는 사람도 없습니다. 몇몇 노숙인에게 다가가자 그들은 잠시 머무는 중이라며 고개를 돌립니다.

지난 19일 저녁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지하 1층 휴식 공간에서 잠든 노숙인. /인천국제공항=이덕인 기자
지난 19일 저녁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지하 1층 휴식 공간에서 잠든 노숙인. /인천국제공항=이덕인 기자

휴게 의자 3개를 둘러쌓을 만큼 짐이 많은 한 60대 여성 노숙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기자: 공항에서 지내는 분들 만나 뵙고 이야기 듣고 있거든요.]

[노숙인 A씨/인천국제공항 거주 3년 차: 여기서 사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 일 때문에 와서요. (인천)공항공사 사장님이 인연이 있는 게 제가 고등학생들 대학 입시를 넣어야 되다 보니까 저 아는 학생이 "선생님, 우리 아버지 공항공사 사장이에요" 그러더라고요. 저도 신문사 오래 다녔잖아요.]

공항 관계자에 따르면 이 여성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며 2년 넘게 공항에서 지낸다고 합니다. 또 다른 70대 여성 노숙인은 남편의 가정폭력 때문에 거리로 나왔다고 말합니다.

[기자: 명절은 어떻게 보내세요?]

[노숙인 B씨/인천국제공항 거주 1년 차: 명절이고 뭐고 사는 대로 살다가 가는 거지 뭐. 싸움만 안 하면 (공항에서 나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어. 살고 싶어서 있는 건 아닌데 우리 영감탱이가 나만 안 볶으면 집구석 가서 살지.]

단정한 외모의 70대 노숙인 C씨는 공항을 떠날 수 없는 이유를 말합니다.

[노숙인 C씨/인천국제공항 거주 4년 차: 나이 먹으니까 인력(사무소) 나가도 부르는 사람이 없잖아요. 돈을 벌 수가 없어요. 누가 그러더군요. 집 나온 사람들이 김포공항에도 있다 하더라고요. 우연찮게 (인천공항에) 한 번 와봤죠.]

[기자: 명절 땐 외롭거나 그러진 않으세요?]

[노숙인 C씨/인천국제공항 거주 4년 차: 명절 땐 밖에 나가 지내거나 저녁에 (공항) 들어와서 있죠. 구청 공무원이 노숙인 쉼터가 있어서 거기 가보시겠냐고 해서 제가 한 번 가봤어요. 작은 방에 7~8명씩 들어가 있으니까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공항 말고) 다른 데 딱히 갈만한 곳이 없잖아요.]

두 노숙인은 아침에 전철을 이용, 종로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저녁에 공항을 다시 찾았다. /인천국제공항=이덕인 기자
두 노숙인은 아침에 전철을 이용, 종로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저녁에 공항을 다시 찾았다. /인천국제공항=이덕인 기자

노숙인들은 공항 내 비싼 물가 때문에 전철을 타고 타지역에서 식사를 때우기는 하지만, 공항 같은 잠자리 환경은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반면 공항 직원들은 노숙인들 때문에 피해를 본다고 말합니다.

[환경미화원 D씨/인천국제공항: 노숙인들 화장실 이용하는 건 괜찮은데 변 같은 거 발라 놓는 분이 있어요. 벽에 다 칠하고 가니까 (물) 뿌리고 닦고 해도 안 지워져요.]

[환경미화원 E씨/인천국제공항: 휴식 공간 의자 끝나는 데까지 전부 손님들이 앉아있어야 하는데 (노숙하며) 누워있는 사람들, 이불 덮고 있는 사람들 짐 보따리가 의자에 잔뜩...]

[문현예/30대: (노숙인) 아무래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것 같아요. 집도 필요하지만 정신적인 치료가 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하는 정책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1터미널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지상 3층부터 지하 1층까지 돌아보니 노숙인이 10명 확인됩니다. 제2터미널을 포함하면 공항 내 노숙인은 25명가량 보입니다.

공항 직원은 날씨가 춥거나 더울 땐 노숙인이 더 많다고 언급합니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를 보면 전국 노숙인 수는 895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쪽방 주민까지 포함하면 1만 4404명입니다.

노숙인의 주요 원인으로는 실직(42.2%)과 가정폭력(14.6%), 정신질환(13.6%) 등이 있습니다. 공항에서 만난 노숙인들의 원인도 흡사합니다. 그들은 인터뷰에서 우리처럼 소외된 사람들에게 국가의 깊은 관심과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thelong05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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