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원 명단 비공개…의결 사유도 알 수 없어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경찰이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전 부산고검장)을 불구속 송치했다. 영장심의위원회가 열렸으나 영장 청구가 부적정하다고 의결됐다. '건강한 검경 관계'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장심의위지만 일부 개선점이 제기된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25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양 위원장을 불구속 송치했다. 이에 앞서 구속영장을 두 차례 신청했으나 검찰이 반려했다. 경찰 신청으로 서울고검에서 영장심의위가 열렸으나 영장 청구 '부적정 의결'됐다.
경찰은 지난 2020년 대구 한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진에 수사를 무마해 주는 대가로 고액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양 위원장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다. 양 위원장에 해당 사건을 소개한 공범 A변호사와 사무장 김모 씨는 각 불구속·구속 송치했다.
제도 시행 이후 서울경찰청은 처음으로 영장심의위를 신청했으나 결과는 기대 밖이었다. 심의 의견별 심의위원 수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8건 열려…7건 부적정 의견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은 검찰의 영장 불청구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고검에 영장심의위를 요청할 수 있다. 고검이 법조계·언론계·학계 등 외부에서 추천받은 위원 후보단을 꾸리고 신청이 들어오면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0명 위원으로 심의위를 꾸린다.
경찰은 지난 2021년 5건, 이듬해 2건, 올해 1건 등 검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며 각 지검 소재 관할 고검에 영장심의위원회를 신청했다. 8건 중 1건이 적정 의결됐고 나머지는 부적정 의결됐다.
지난 2021년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와 전남경찰청, 강원경찰청 각 1건과 대전경찰청 2건 등 총 5건을 신청했고, 이듬해 인천 서부경찰서와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각 1건을 신청했다. 중대범죄수사과 2건과 인천 서부서 1건은 압수수색 영장이며 나머지는 구속영장이다.
전남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신청한 1건이 영장심의위에서 적정 의결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다만 해당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는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양 위원장 사건을 놓고 영장심의위를 신청했다.
◆ 심의위 명단 비공개로 기피신청 어려워…개선 의견 제출
법무부령인 '영장심의위원회 규칙'상 경찰은 위원에게 공정한 심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 심의위 의결로 기피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심의위원 명단은 비공개한다는 조항이 있어 경찰이 사전에 신청하기 힘든 구조다.
부적정 의결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기도 어렵다. 심의위가 끝나면 고검은 사법경찰관에 심의 결과와 심의의견별 심의위원 수를 통보해야 한다. '영장심의위 심의 결과 통보서'에는 심의 결과와 각 적정 여부 의견을 낸 위원 수만 기록될 뿐 구체적인 사유는 없다.
심의 관련 내용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오보 발생 등 필요한 경우에는 심의위 의결을 통해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출석심의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양부남 사건 수사팀은 수사를 마무리하며 제도 개선 의견을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청구 부적정 의결이 될 때 경찰 내부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검경협의체에서 제도 개선을 주장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부적정 의결 사건이 실형을 확정받는 사례 등이 누적돼야 관계기관 사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이 반려한 영장을 경찰이 보완해 재신청할 경우 청구는 하되, 기각 시 책임을 경찰에 부여하자는 제안도 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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