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 버스탑승 동행취재
"절반은 '왜 버스 타냐' 짜증"…기사 조작도 서툴러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지하철이 멀거나 콜택시가 빨리 안 올 때 저상버스를 타는데, 저상버스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
서울시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17일 오전 11시쯤 <더팩트> 취재진은 지체장애인 김홍기(62)씨와 저상버스에 탑승했다.
김 씨의 출근길은 은평구 자택에서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해 저상버스를 타고 가까운 지하철로 환승하는 코스였다.
가까운 버스정류장으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데는 3분이 걸렸다. 10분 30초 후 저상버스가 도착했는데, 이날은 평소보다 일찍 도착한 편이라고 한다. 승객이 많거나 기사가 탑승을 거부하면 버스를 떠나 보내 보통 20~30분을 기다려야 한다.
버스가 도착하고 김 씨가 탑승하기까지는 2분 42초가 걸렸다. 김 씨의 도우미는 앞문으로 가 "휠체어 타요"라고 말했다. 이에 기사가 휠체어 승강 설비를 작동하려 했지만, 버스와 인도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3번의 시도 끝에 버스는 인도 가까이 정차했다. 그동안 일부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앞쪽에 앉아있던 한 승객은 김 씨를 위아래로 훑어보기도 했다. 3분도 안 되는 시간이 유독 길게 느껴졌다.
그가 버스에 올라타자 장애인석에 앉아있던 승객 2명이 일어나 자리를 양보했다. 도우미는 직접 의자 2개를 접어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을 확보했다.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후 하차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들려왔지만, 의자를 다 접기도 전에 버스가 출발했다.
이후 약 1시간을 이동해 지하철 환승지인 종로6가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는 데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김 씨는 "오늘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편하게 타고 왔는데, 사람이 많으면 휠체어를 돌리지 못 한다"며 "승객들이 눈치를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승객 10명 중 5명은 "왜 버스를 타냐"며 짜증을 낸다고 한다. 버스기사도 승강 설비를 내리는 데 쩔쩔매는 경우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평소에는 버스보다는 지하철이나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한다. 함께 지하철을 타보니 저상버스보다는 탑승하기가 수월했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있던 시민 2명은 김 씨를 발견하고는 장애인석을 양보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을 찾아 다니느라 그의 티셔츠는 땀으로 흥건했다. 김 씨는 "장애인석 공간이 좁아서 사람이 많을 땐 비켜달라고 해야 한다"며 "들어갈 때 나올 때 휠체어를 돌려서 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처음 가거나 번화한 곳에서는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찾기가 더 어렵다.
그는 "지하철이 멀거나 콜택시가 빨리 안 올 때 저상버스를 타는데, 저상버스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교통약자 버스접근성 평가모형 개발과 활용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교통약자 606명 중 지체장애인 49.5%가 저상버스를 연 3회 이하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체장애인은 저상버스를 타는 과정에서 다른 교통약자 유형에 비해 평균 5분 이상이 더 걸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체장애인 57.6%가 첨두시간대에 저상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올해 상반기 시내 저상버스 325대를 도입했다. 현재까지 총 4621대가 운행 중이며 저상버스 도입률은 69.3%다. 시는 연말까지 저상버스 운행대수를 4910대로 올려 도입률을 73.6%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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