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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방문객 10명 중 3명이 한국인…'노재팬' 유효기간 끝났나

  • 사회 | 2023-07-05 00:00

엔데믹에 '가깝고 싸고 편리' 3박자 갖춰
"젊은 보수층 노재팬에 반발심 작용" 분석도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 시부야의 모습. /도쿄=AP.뉴시스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 시부야의 모습. /도쿄=AP.뉴시스

[더팩트ㅣ이장원 인턴기자] '노재팬' 운동과 코로나19로 한동안 위축됐던 일본여행 수요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한정된 휴가 기간, 여행 편의성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관광지 물가는 오른 반면, 엔화는 역대급으로 떨어져 여행비용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 역시 여행자의 구미를 당긴다. 한때 위력을 떨쳤던 일본상품불매(노재팬) 운동이 수명을 다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지난해 10월 일본 정부가 코로나19로 중단했던 무비자 입국을 재개하면서 일본여행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모두 189만8900명이다. 이 중 한국인은 51만5700명으로 대만(30만3300명), 미국(18만3400명), 중국(13만4400명)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5월 전체 외국인 방문객 중 27%에 달한다. 지난 1~5월 방일 외국인(863만8500명) 중에서는 258만3400명으로 29.9%를 차지했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10명 중 3명이 한국인인 셈이다.

◆ "싸고, 가깝고, 편리하니까"…일본행 게이트 북적북적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은 주말을 앞두고 일본을 찾으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가깝고 저렴하다는 이유를 꼽는 여행객이 많았다.

취업 후 첫 휴가로 도쿄에 간다는 직장인 배현주(23) 씨는 "가깝고, (여행 제한도) 풀려서 일본을 찾는다. 원래 대학생 때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못 가다가 취업하고 나서야 가게 됐다"고 했다. 박보성(24) 씨도 "다른 국가를 가려면 아무래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 일본은 가깝기도 하고 여행 편의가 잘 되어 있다 보니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원·엔 환율이 900원 초반대를 밑도는 엔저 현상도 여행 수요를 한껏 끌어올린다. 아내와 2살 아기를 데리고 오사카를 찾는다는 이모(34) 씨는 "아무래도 아기가 있다 보니까 오래 걸리는 비행은 힘들다. 일본에 있는 지인이 '지금 되게 싸다'며 꼭 지금 오라고 해서 간다"고 말했다.

군대에서 만난 친구들과 후쿠오카 여행을 간다는 최기현(25) 씨는 "원래는 국내 여행으로 부산이나 제주도를 가려 했었다. 그런데 후쿠오카행 왕복 항공권이 18만 원 정도밖에 안 한다고 해서 일본여행으로 선회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노재팬 운동 등으로 위축됐던 일본 여행 수요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은 여름 휴가를 떠나는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이장원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노재팬 운동 등으로 위축됐던 일본 여행 수요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은 여름 휴가를 떠나는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이장원 인턴기자

◆ '노재팬' 4년 만에 무감각…"젊은 층 일본문화에 친숙"

'노재팬' 열기가 수그러든 영향도 작용했다. 구윤회(26) 씨는 "예전에는 일본 제품 사용을 꺼리곤 했다"면서도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일본 상품 구매에) 사람들이 유화적으로 변하다 보니 나도 무감각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모(26) 씨는 "사실 노재팬 때문에 일본 말고 몽골에 갈까도 생각했었지만 이제 많이 무덤덤해진 것 같다. 살면서 한 번은 (일본을) 가봐야 하지 않겠나"고 했다.

'노재팬' 운동에 대한 젊은 보수층의 거부감이 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여행이 늘어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본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특성도 거론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젊은 세대, 특히 20대 남성들이 조금 더 보수화되는 경향이 있다. 일본 관련 이슈에서 반일보다는 일본에 열린 자세를 취하려는 움직임이 젊은 세대에게 조금 더 나타나는 것 같다"며 "위안부 문제나 정치적 문제와는 별개로 상품 소비는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의식도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윤상철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들은 원래부터 만화라든가 일본 문화에 굉장히 친숙했다"며 "지난 정부 때 반일 프레임이 걸리면서 약간 주춤하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 것"이라고 했다.

다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으로 잠재된 대중적 반일 감정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없지않다. 쌍둥이 자녀를 둔 이효은(38) 씨는 "일본 제품은 아직도 최대한 안 쓰려고 노력한다. 지금 당장은 괜찮더라도 방사능은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며 "오염수도 방류한다고 하고, 위안부 문제도 아직 사과하지 않아서 정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bastianle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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