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중 10~25명 정도…식욕 늘기도
규칙적 생활 하면서 야외 활동 늘려야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긴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이 와 좋은데 간극이 메워지지 않네요. 기분이 좋다가도 현실을 생각하면 낙하하듯 떨어집니다. 꽃도 피는데 다들 바빠 보여서 같이 나들이 갈 사람이 없다는 점도 우울해요."
"다들 생기 넘쳐 보여요. 놀러 갈 계획 짜는데, 전 여건도 안 되고....주변 사람들과 비교가 돼 더 힘든 것 같아요."
"봄이 오니 뭔가를 시작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드는데, 상황이 나아지지 않네요. 제 인생은 아직 겨울인데, 세상은 봄이니 빨리 쫓아가야 할 것 같은 조급함도 듭니다."
봄이 시작됐다. 낮 기온이 20도를 웃도는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졌다. 집에만 있기 아까운 날씨에 산책을 나온 사람도 늘어난다.
햇볕을 쬐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우울한 감정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괜스레 울적하고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며 "봄타는 건가"라고 묻는 이들도 있다.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증상이 지속되면 '계절성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계절성 우울증이란 계절 흐름을 타는 우울증으로, '계절성 정동장애'라고 불린다. 어떤 사람들은 특정 계절이 되면 유독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봄 우울증'은 봄을 맞아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나는 이들과 달리 자신만 외로움을 느끼고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증상이다.
우울증이 발생하면 대개 식욕이 줄거나 잠을 못자 살이 빠지지만, 계절성 우울증은 식욕이 늘고 살이 찌기도 한다. 무기력, 소화불량, 피로감 등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김현수 일산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계절성 우울증의 원인은 일조량 부족에 따른 호르몬 분비 영향 탓"이라며 "100명 중 약 10~25명 정도가 이를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일조량이 변하면서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해 감정 기복이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김 교수는 "극단적 선택은 우울증이 심한 겨울보다 회복기인 봄에 많이 발생한다"며 "(겨울엔) 일조량이 부족해 우울하고 무기력해지지만 극단 선택은 적다"고 말했다. '스프링 피크'를 우려한 것이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너무 우울하면 극단적 선택을 할 기력조차 없을 수 있다"며 "봄이 되면 몸에 에너지가 생기면서 시도하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스프링 피크'는 자살률이 봄철(3월~5월)에 급증하는 현상을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2018년 자살자 10명 가운데 3명꼴은 봄에 극단 선택을 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한국 자살현황 월별 자살사망 통계를 보면 지난 2021년 사망자 수는 3월이 가장 많았다. 그 뒤로 6월, 4월 순이었다.
김 교수는 "스프링 피크는 복합적 현상"이라며 "봄에는 감정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질 수 있고 생리적 요인도 작용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계절성 우울증 극복을 위해선 단순히 특정 계절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백 교수는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몸에는 생체 시계가 있는데, 우울한 사람들은 (생활 리듬이) 깨지기 십상이다. 절대 밤낮이 바뀌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계절 탄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계신데, 이를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기력하겠지만 밖으로 나가 가벼운 운동을 하고 일부러라도 몸을 움직여야 한다. 우울한 기분이 지속된다면 치료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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