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주 정의용 불구속 기소
쟁점은 '귀순 의사' '대한민국 국민'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검찰이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두차례 조사하면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이어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수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두 사건 모두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검찰은 정 전 실장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당시 안보라인만 재판에 넘기는 선에서 수사를 매듭짓는 모양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제북송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는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이틀에 걸쳐 정 전 실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어민 2명의 조사를 강제 종료시켰다고 보고 이들의 귀순 의사에 반해 북한에 돌려보낸 과정 등을 수사 중이다.
수사팀은 정 전 실장을 상대로 어민 2명을 북송하기로 결정한 경위, 조사 종료 시지, 대통령 보고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고 한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을 당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의 최고 책임자로 규정하고 있다. 정 전 실장도 검찰에 자신이 최종 의사결정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같이 강제북송 사건도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없이 일단락되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해 사건을 수사하는 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서훈 전 실장을 당시 최고 결정권자로 규정한 바 있다. 당초 검찰은 문 전 대통령 수사를 염두에 뒀으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무적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정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없이 불구속 기소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증거인멸 가능성이 작고, 정 전 실장이 조사에 성실히 응한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에서 정 전 실장 측과 검찰은 '귀순 의사'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귀순의 목적이 불순하더라도 의사를 밝혔다면 적법한 절차를 따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 전 실장은 어민들이 흉악범이었고,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기 때문에 북송을 결정했다고 반박한다.
'대한민국 국민' 문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북한이탈주민이 법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지위를 갖고 있어 범죄 혐의가 있더라도 이들의 의사에 반한 북송은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민증을 갖고 있던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강제 퇴거당할 위기가 있었는데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강제퇴거를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 전 실장의 변호인은 입장문을 통해 "북한 주민이 귀순 의사를 형식적으로만 표시해도 무조건적, 자동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만 처우해야 한다는 주장은 남북관계의 현실과 이중적 성격을 완전히 무시하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정 전 실장 측은 대통령실의 기획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변호인은 "검찰의 수사는 대통령실의 수사 가이드라인에 따른 정치적 목적으로 기획된 것으로 판단됨에도 정 전 실장은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며 "검찰에서도 2021년 동일 사건에 대해 2년간 조사 끝에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1년 전 결정을 번복해 동일한 사건을 기소하려면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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