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총경 457명 전보 인사 단행
총경회의 참석자 경정급 직위에 배치
경찰 입장 대변 수사구조개혁팀 '칼질'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경찰청이 대규모 총경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 파문 당시 제기된 '경찰의 정치화' 우려가 현실이 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국을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 회의) 참석자는 줄줄이 좌천됐다.
경찰청은 지난 2일 김동욱 전 경찰청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 대변인을 경찰청 홍보담당관으로 발령하는 등 총경 457명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0일 135명 규모의 총경 승진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이번 인사를 놓고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의 정치화'가 기정사실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인사를 상대로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행안부 경찰국 설치를 반대한 총경 회의 참석자들이 경정급 직위에 발령되거나, 후임 총경 아래 직위로 내정됐다.
총경 복수직급제로 경정급 직위로 발령될 수 있으나 면면을 살펴보면 ‘노골적인 좌천’이라는 비판이 있다. 대표적으로 참석자 황정인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은 경찰수사연수원 교무계장으로 발령됐다. 해당 보직은 경정급 직위다.
또 다른 참석자로 알려진 이지은 중앙경찰학교 교무과장 역시 경정급 직위인 전남경찰청 112상황실 상황팀장에 발령됐다. 이지은 총경은 사건·사고가 잦기로 유명한 곳에서 내리 지구대장으로 일하다 지난해 1월 승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은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은 경찰인재원 교육행정센터장으로 좌천됐다. 특히 검경수사권 조정 당시 핵심 역할을 했던 수사구조개혁팀 출신은 중앙에서 지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 팀장을 맡았던 최준영 서울 광진경찰서장은 경찰수사연수원 운영지원과장으로 발령됐다.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 확보 등 권한 강화에 힘쓴 조직 출신 인사를 내몰면서 경찰 내부는 '뒤끝 인사'라는 볼멘소리를 낸다.
무엇보다 수사구조개혁팀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총경급이 지휘하던 과(課) 단위 조직에서 통상 계장급(경정)이 지휘하는 계(係) 단위 조직으로 격하 재편됐다. 이번 승진자인 김상순 총경이 발령되기는 했으나 경찰 안팎에서는 '힘 빼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청은 2005년 태스크포스(TF)로 출범한 후 비직제로 운영된 수사구조개혁팀을 정식 직제화해 수사운영지원담당관 소속 수사구조개혁계로 운영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책임자 역시 총경급으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요직에서 배제됐던 인물들이 경찰청 과장으로 발령되면서 조직 장악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경찰청 과장은 경무관 승진 코스로 알려진 만큼, 향후 있을 인사 밑그림을 그렸다는 평가다.
한 간부급 경찰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이후 최대 인사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 같다"며 "정기 인사가 아니라 물갈이"라고 말했다. 다른 간부급 경찰관은 "작년 하반기 인사 때는 경찰국 설치 직후라 눈치를 본 것 같은데 이번에 대거 좌천했다"고 봤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찰총장 시절 대통령은 경찰에게 권한을 주는 것에 반대했다. 향후 국가수사본부장까지 검찰 출신으로 임명해 경찰청에서 완전히 분리해 하나의 '검찰청'이 될까 우려된다"며 "효율성은 높아질 수 있으나, 인권침해도 우려된다"고 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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