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일부터 일반 차량 통행 허용
신촌 대학생들 "대학로 문화 사라질까 우려"
연세로 공동행동 "도입 취지와 상반된 결정"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대학생들의 문화공간으로 '차보다는 사람의 길'이었던 연세로에 일반 차량 통행이 허용되지만 '신촌의 상징'인 대학생들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학생들은 그마저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20일부터 9월30일까지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용이 일시 중단된다.
연세대학교 정문에서 신촌역 구간 거리는 2014년 1월부터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조성됐다.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일반차량의 통행을 제한하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한 보행자 중심의 도시정책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2018년 이후 신촌 상권 악화와 코로나 직격탄으로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이 꾸준히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요구해왔다며 지난해 9월 서대문구에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공식 요청했다. 시는 교통량·통행속도 등 교통영향 분석, 매출액 등을 기반으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이 실질적으로 상권에 영향을 미쳤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상권을 활성화한다면서 연세로 상권의 주 소비층인 대학생들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학생들은 오히려 신촌만의 문화가 사라지고 교통량 증가로 안전사고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연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모(32) 씨는 "연세로에 차량이 제한되면서 길거리 버스킹이나 학교 동아리 소규모 축제 같은 신촌 거리만의 특색이 있었다"며 "이러한 문화가 사라지면 대학가답지 않은 삭막한 분위기가 될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촌은 골목골목 식당이나 카페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런 골목들마저 차량들이 들어찰 것 같아 걱정"이라며 "일반 차량이 다니지 않던 거리였기 때문에 사고가 늘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이화여대생 이다은(28) 씨는 "연세로와 광장이 서강대, 이대, 연대 대학생들이 집결하기 좋은 장소인 것은 분명하다"며 "연세로가 일반도로가 돼 도로 통제가 예전보다 복잡해지면 신촌 근처에서 대규모 축제를 열기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차량 통행이 상권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대생 윤모(22) 씨는 "대학생들은 대부분 지하철이나 버스로 통학하고, 근처에서 술 마시고 노는 경우가 많아서 반대하는 입장이 더 많다"며 "신촌은 근처 대학생들이 주 소비층이다. 차가 없는데, 차 없는 거리를 폐지한다고 해서 상권 활성화에 크게 영향을 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익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2) 씨는 "상권 자체가 학생들이 이용하는 지역인데 일반 차량이 다닌다고 상권 부활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대생 박모(21) 씨는 "상권만 생각한 결정일 뿐 학생들에게 좋을 건 없다"며 "오히려 축제 시즌이나 차 없는 거리가 시행되던 주말에 사람이 더 많다. 일반 차량 통행으로 상권이 살아날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세로 공동행동은 5일 성명문을 내고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일시 정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연세로 공동행동은 오는 9일 신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세로를 지키기 위한 공동행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연세로 공동행동 관계자는 "연세로 전용지구 도입 취지가 보행 환경 개선을 통해 교통량을 조절하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이번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용 일시 정지는 설계 자체가 상권 분석 중심으로 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촌 상권 문제는 2000년대 이후 지속돼왔고 연세로를 도입할 때도 상권 침체기라는 말이 있었다"며 "그렇다면 연세로의 문제가 상권의 문제와는 다른 문제인데 시범 운영을 발판으로 폐지로 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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