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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스토리] "행복한 경찰, 편안한 시민" 초대 직협 회장의 다짐

  • 사회 | 2022-12-25 00:00

민관기 전국 경찰직협 위원장 인터뷰
일선-지휘부 ‘소통창구’ 역할 꿈꿔
처우개선 및 근무체계 개편 등 요구


민관기 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포부를 적은 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이새롬 기자
민관기 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포부를 적은 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이새롬 기자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합니다. 전국 14만 경찰은 시민들 가장 가까이에서 안전과 질서를 지킵니다. 그래서 '지팡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죠. 그러나 '범죄도시'의 마동석이나 '신세계'의 최민식이 경찰의 전부는 아닙니다. <더팩트>는 앞으로 너무 가까이 있어서 무심코 지나치게 되거나 무대의 뒤 편에서 땀을 흘리는 경찰의 다양한 모습을 <폴리스스토리>에서 매주 소개하겠습니다.<편집자주>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지난달 서울 강북구의 모 술집. 현직 경찰관이 의자와 주먹으로 장애인을 수차례 폭행했다. 골목길에서 담배 연기로 한 차례 시비가 붙어 파출소에 다녀온 경찰관은 자신에 대한 신고를 취하하라며 술집에 찾아가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

#2019년 서울 서초구. 사고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신고자가 불친절을 지적하자 화를 참지 못했다. 결국 신고자를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폭행을 가한 혐의로 대기발령 조치와 함께 수사를 받았다.

'민중의 지팡이'로 불리는 경찰도 사고를 칠 때가 있다. 14만 명이 몸담은 조직인 만큼 사사건건 통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기강이 필수지만, '행복한 경찰관'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경찰이 행복해야 시민도 편안하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전국직협) 위원장이 인터뷰 중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전국 단위 직협의 초대 위원장으로서 이를 토대로 반석을 다져가겠다고 다짐했다.

"경찰은 당연히 국민에 봉사하는 존재예요. 평소에는 시민들의 지팡이가 되어주고 위험에 처했을 땐 한몸 바쳐서라도 지켜드려야죠. 하지만 이런 경찰이 지쳐선 안 되잖아요. 경찰들도 행복하게 임무를 수행할 때 국민도 더 많이 웃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전국직협은 올해 4월 통과된 '공무원직협법' 개정안에 따라 지난달 설립됐다. 이전까지는 각 지역 경찰서와 경찰청 단위로만 조직할 수 있어 직종 전체의 권익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컸다. 전국 직협은 오랜 기간 일선 경찰들의 숙원이었다.

일각에선 전국 직협을 '노동조합'으로 여기기도 한다.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경찰이지만 경찰국 신설 이슈와 이태원 참사 등이 터지자, 각 지역 직협이 연일 지휘부 맹공에 나서는 등 투쟁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민 위원장은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고 말한다. 그는 1993년 경찰특공대로 입직해 약 15년을 강력계 형사로 지내며 두 차례 특진했다. 어머니를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사고로 숨졌다고 허위 신고한 자녀를 검거한 사건 등은 여러 언론에 보도됐을 만큼 유명하다.

"예나 지금이나 경찰을 사랑하고 충성하는 제가 투쟁(?)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죠. 다만 분명한 건 저희는 노조가 아니에요. 교섭권도 단체행동권도 없는데요. 저처럼 경찰을 사랑하는 일선 경찰관들이 모여 만든 협의체일 뿐입니다. 이제 시작이니 좀 더 지켜봐 주셨으면 해요."

민관기 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민관기 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그는 약 30년 동안 현장 부서에서 근무하며 경찰 내 소통창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해왔다. 과로를 일으키는 근무패턴은 물론 인력과 예산 등 전반에 걸쳐 할 말이 많았지만 찾아갈 곳이 없었다.

형사과 등을 거쳐 치안의 최일선인 지구대 배치 후에는 직원협의회를 만들기도 했다.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경찰서장 혹은 지방청장을 만날 수는 있었으나, 약속 잡기도 힘들고 건의사항을 말해봐야 '지방청은 권한이 없다'는 식의 대답이 흔했다.

"나름 팀장을 달아도 지방청장 보려면 약 3주는 기다려야 했어요. 정작 만나면 해결되는 문제는 거의 없었죠. 실제 경찰 업무 90%가 본청에서 이뤄지다 보니 어쩔 수 없긴 한데 답답하더라고요. 국회에 가서 전국 직협을 만들 수 있도록 법 좀 바꿔 달라고 애원을 했죠."

가까스로 출범한 전국직협의 초대 위원장으로서 목표는 명확하다. 단연 처우개선이다. 통상 경찰은 같은 급수라면 다른 공무원보다 급여가 낫다고 알려졌으나 오해라는 것이다. 위험수당 등을 제외하고 단순 시급으로 계산하면 오히려 적다고 한다.

수당 현실화와 근무체계 개편 및 특진과 승진 심사 기준 조정 등도 희망 사항이다. 물론 혼자 추진할 수는 없다. 전국직협 회원 5만 명의 의견 수렴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만 한다. 전국직협 가입 경찰관 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본질적으로는 전국 직협이 경찰을 지탱하되 때로는 지휘부에 쓴소리도 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길 꿈꾼다. 업무 외에서도 간혹 드러나는 강한 위계질서 등 경찰 특유의 문화를 바꿔보고 싶단다. 그는 'MZ세대 경찰관들도 진솔한 이야기를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직협'이라고 표현했다.

위원장 취임 약 두 달째. 막상 되고 보니 어려운 점은 없을까. 그는 "할 말도 많고, 할 일도 많고, 만나야 할 사람도 많은데 시간이 없다"며 "현재는 휴가 등을 내야만 직협 활동을 할 수 있는데, 나중에는 이 문제를 꼭 개선하고 싶다"고 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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