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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 '과실범 공동정범'에 사활…삼풍·성수대교 재소환

  • 사회 | 2022-12-13 00:00

전 용산서장 이번주 영장 재신청
특수본, 과실범 공동정범 범위 고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헌우 인턴기자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헌우 인턴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종합상황실장의 구속영장을 재신청하기 위한 보강수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 차례 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과실범 공동정범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태원 사고 특수본은 이번 주 안에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도 일괄적으로 신청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특수본은 경찰과 소방, 용산구청, 서울교통공사의 과실이 중첩돼 결과가 발생했다는 과실범 공동정범 법리를 구성하고 있다. 대형참사 성격상 각 기관 피의자 개인 과실로 결과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특수본은 이미 초기부터 업무상과실치사·상 공동정범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에서 책임자를 처벌할 당시 과실 공동정범 논리가 적용돼 대법원에서 확정된 만큼, 이태원 참사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1994년 10월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과실범의 공동정범 법리가 적용된 대표적 사례다. 당시 성수대교를 시공한 회사 현장소장과 사업소장, 서울시 공무원 등 17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 공동정범으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확정받았다.

특수본은 시공 및 감독의 과실이 인정되고 감독공무원들의 과실이 합쳐져 사고의 한 원인이 됐다고 봤다. 안전하게 건축되도록 한다는 공동의 목표와 의사연락이 있었다고도 판단한다. 이에 따라 사고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에 공동정범 관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태원 사고 특수본가 지난 18일 오전 10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뉴시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태원 사고 특수본가 지난 18일 오전 10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뉴시스

이듬해 6월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역시 이준 회장을 비롯해 뇌물을 받고 설계변경 등을 승인해 준 혐의를 받는 이충우 전 서초구청장, 서울시 관계자 등이 공동정범으로 인정돼 유죄를 확정받았다.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 신병 확보에 한 차례 실패한 특수본은 영장 재신청 보강수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9·11일 각각 송 전 실장과 이 전 서장을 불러 재신청 전 혐의 다지기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전 서장을 놓고는 허위공문서작성 혐의 추가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10월29일 참사 발생 50분만인 오후 11시5분쯤 현장 인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으나, 용산서 상황보고서에는 오후 10시20분 전후 도착했다고 기재돼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이 해당 사실을 인지했다면 입건된 작성자와 공범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본다.

각 기관 피의자를 공동정범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촘촘히 사실관계를 구성하는지가 관건이다. 기존 판례가 있기는 하지만, 과실의 정도와 결과에 미친 영향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실제 특수본도 공범을 어느 선까지 판단할지 고심하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원 선임연구위원은 "성수대교·삼풍백화점 사례가 있기에 법리적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느 선까지 공범으로 묶을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며 "결국 입증의 문제이기는 하나,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해 법원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허일태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은 각각 교통안전과 안전 유지라는 목표가 뚜렷했으나, 이번 일은 다르다"며 "가슴 아픈 일이지만,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지 법적 근거도 미비하다"고 봤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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