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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대학' 지위 부여해 더 큰 예술인재 키워야"

  • 사회 | 2022-11-25 05:00

[인터뷰]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봉쇄된 학생 선택권, 차별 요소로 다가와”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전세계 어느 학교를 진학하든 호환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져야 하는 것이 학교의 기본 조건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더팩트와 인터뷰 중인 김대진 총장./이선화 기자

[더팩트ㅣ안정호 기자] 올해로 개교 30주년을 맞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은 대학교일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한예종은 예술 분야를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 후 진학하고 있으나 엄밀히 말하자면 고등교육법상 ‘대학교’가 아닌 ‘각종학교’다. 각종학교란 정규 학교와 유사한 교육기관으로 한예종은 학사 학위가 인정되지만 정식 ‘대학’은 아니다. 이 때문에 대학에서 받을 수 있는 석·박사 학위를 한예종에선 받을 수 없다.

지난 22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예종 총장실에서 만난 김대진 총장은 "전세계 어느 학교를 진학하든 호환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져야 하는 것이 학교의 기본 조건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는 하나다. 현재 한예종에서 부여하는 ‘유사’ 석사 과정인 ‘예술전문사’의 경우 정식 학위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졸업 후 유학을 가거나 학위가 인정되는 다른 대학으로 진학한다. 또 취업 시 자격요건이 되지 않거나 호봉이 인정되지 않기도 한다. 병역 특례(전문연구요원 근무)가 거부된 사례도 있다.

내달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된 한예종에 대학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이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문화재청 산하의 한국전통문화대가 별도 법으로 대학 지위를 가진 전례가 있다. 법 제정에 공감하는 여야 의원들은 ‘한예종 설치법’을 통해 같은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 총장은 "학생들의 선택권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면 배우려는 학생들에게는 차별로 다가올 것"이라며 "다른 대학에서 석사를 취득한 학생이 한예종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싶을 때, 반대로 한예종 학생에 다른 대학에서 학위를 이어가고 싶을 때 자유롭게 교류가 가능해야 더 큰 예술 인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전세계 어느 학교를 진학하든 호환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져야 하는 것이 학교의 기본 조건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더팩트와 인터뷰 중인 김대진 총장./이선화 기자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대학들은 실기 위주의 학교의 필요성에 따라 설치된 한예종을 석·박사 등 학위를 부여할 수 있는 기관으로 바꿀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한예종이 앞서 1999년과 2005년에 설치법 개정에 나섰지만 번번이 무산된 이유다.

또 한예종은 교육부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 산하로 운영된다. 일반 대학과 달리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라 정원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타 대학들의 견제는 계속되고 있다. 다만 한예종은 학위가 인정돼도 현재 운영 중인 ‘예술전문사’의 정원을 유지하는 형태다. 박사과정은 총 정원의 10% 수준으로 운영된다. 다른 대학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김 총장은 "한예종의 설립 취지는 전문예술인을 양성하라는 것"이라며 "큰 테두리에서 예술에 대해 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인재를 배출하려먼 시대의 변화에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뉴욕의 줄리아드도 처음엔 박사 과정이 없었지만 이후 박사 과정을 만들었다"며 "유럽의 여러 예술학교에서도 학위 과정을 만들어나가는 이유가 바로 학위를 필요로 하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술 분야에서 학위가 필요 없다면 왜 해외의 예술학교와 국내 대학들이 박사과정을 두겠는가"라면서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우리만 부응하지 못하고 답습만 해간다면 전문예술인 양성에 일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전세계 어느 학교를 진학하든 호환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져야 하는 것이 학교의 기본 조건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더팩트와 인터뷰 중인 김대진 총장./이선화 기자

음악가이기도 한 김 총장은 모든 예술분야에 필요한 것은 ‘창의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예술에 대한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접 예술에 대한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며 "다른 영역과 작품에 대한 교류를 통해 ‘예술융합’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30살’을 맞은 한예종의 방향에 대해 "세계가 생각하는 예술가상이 조금씩 변화하면서 한예종도 그에 맞는 교육 방식에 대해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학생 개인이 경험을 축적해 예술을 융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학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vividoc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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