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발생 1시간 넘어 첫 보고 받아
사무국만 두고 현장은 모두 국가경찰
"시도지사에 권한 넘겨줘야" 지적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이태원 참사를 두고 자치경찰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반면 제도 상 한계가 있어 역할을 할 수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장인원 없이 사무만 구분돼있고, 책임은 있지만 권한은 없는 조직이라는 허점이 이번 참사와 같은 비상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현행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치경찰 사무로는 지역 내 주민의 생활안전 활동에 관한 사무, 지역 내 교통활동에 관한 사무와 함께 지역 내 다중운집행사 관련 혼잡 교통 및 안전관리 사무가 명시돼 있다.
자치경찰은 시도지사 소속 시도 자치경찰위원회가 관장하고, 시도경찰청장은 자치경찰사무에 대해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아 관할구역 소관 사무를 관장하도록 규정돼 있다. 서울시도 오세훈 서울시장 아래 시 자치경찰위원회를 두고 제도를 운영한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예방하고 대처하는 데 자치경찰과 오 시장이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 시장에게 "자치경찰 사무 총괄은 서울시장"이라며 "다중운집 상황은 시장이 (미리) 충분히 협의하고 때에 따라 협조요청도 하고 (관계)기관과 업무조정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서울시와 자치경찰위원회에서 만든 자치경찰 홍보물에도 '다중운집 행사 등의 질서유지를 위한 교통·안전관리' 역할을 명시해놨다"며 "결국 자치경찰 사무로, 시장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수빈 서울시의원은 같은 날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시 자치경찰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주최자나 매뉴얼의 존재 여부에 따라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라질 수는 없고, 시민의 안전에 대한 지자체와 경찰의 책임도 달라질 수 없다"며 "지자체와 자치경찰위원회가 책임을 방관하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자치경찰이 현재의 기형적인 제도 아래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오 시장은 행안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책임과 권한은 늘 함께 가야 하는데 지금 제도는 누가 봐도 기형적"이라며 "전혀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로 인사 때가 되면 딱 한 장짜리 결재문서가 온다. 경찰청에서 결정된 것을 사인해달라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제도 상으로는 서울경찰청과 31개 경찰서, 자치경찰 4000여 명을 지휘·통솔하지만 실제 자치사무를 담당하는 현장 경찰은 모두 국가경찰 소속이다. 조직도 상으로도 자치경찰위원회 아래에는 사무국 뿐이다. 담당 사무만 구분해두고 인력은 없는 셈이다.
김학배 서울시 자치경찰위원장은 행정사무감사에서 당일 첫 보고를 사고 참사 발생 1시간 15분 뒤인 오후 11시 30분쯤 시 안전총괄과에서 받았다고 밝혔다. 모호한 구조 때문에 경찰의 보고를 받지 못하고 뒤늦게 시를 통해 인지한 것이다.
경찰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재 자치경찰은 완전한 자치경찰도 아니고 국가경찰도 아니고 혼재돼있다"며 "생활안전 사무가 자치경찰 사무이고, 자치경찰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업무에 대한 직접적인 인사·감독은 구조적으로 봉쇄돼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책임과 권한을 확실히 줘야 한다"며 "시도지사에게 권한을 넘겨주고 재난 안전관리 책임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상 주관기관인 지자체에 일치시키든가, 국가경찰로 돌아가든가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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