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 청와대와 소통하고 언론에 흘려" 주장
피고인들 "신문 무의미하다" 반대신문 거부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박준영 변호사가 '김학의 출국금지 의혹' 관련 재판에서 한때 몸담았던 과거사진상조사단에 대해 "청와대와 소통하며 무리한 조사를 벌였다"라고 비판했다. 이규원 당시 진조단 검사 등 피고인들은 편협한 견해만 있는 증언이라 신문이 무의미하다며 반대신문을 '보이콧'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11일 자격모용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검사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본부장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 변호사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변호하는 느낌이 들까 봐 발언하기 위축됐는데, 이 사건을 '검찰개혁'을 위한 도구로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걸 보며 (언론을 통해) 이야기하게 됐다"라며 "진조단원 상당수가 무책임하고 무능했다. 전문가들이 진영논리에 갇혀 휩쓸리면서 제대로 된 역할을 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박 변호사는 진조단 자료를 언론에 공개하며 이 검사 등 진조단원들이 부실하게 조사를 했고 결과를 왜곡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변호사는 또 문재인 정부의 김 전 차관 사건 진상조사 지시와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 모두 무리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문 전 대통령)도 법률가인데 공소시효를 논하지 않고 철저히 진상 조사를 하라고 하면 목적과 방향이 정해진 상황이 아니냐. 그러면 얼마나 무리수가 동원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조사가 무리하다고 생각한 이유로는 '별장 성 접대' 영상은 성범죄 증거로 볼 수 없고, 뇌물죄로 의율하기에는 대가성 입증과 공소시효의 벽이 높았다는 점을 들었다.
출국금지 조치에 대해서도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지 못했다면 출국을 허용하는 게 맞다"라며 "아무리 세상 사람이 비난해도 법적 절차에 따라 출국하게끔 놔둔 뒤 사법 공조를 통해 데려오는 절차를 택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진조단이 청와대와 소통하고 언론을 통해 여론을 조성했다며 그 행위자로 이 검사를 여러 차례 겨냥했다.
그는 "제 경험에 따라 두 사람(이 검사와 이 전 비서관)이 소통했다고 보고 있다"라며 "당시에는 검찰이 (조사를) 방해할 수 있으니 정치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두 사람의 소통도 조사를 잘하기 위한 선의에 의해 이뤄지는 일로 생각했다. 지금도 그 선의를 전적으로 부정하고 싶지 않지만 국가적 목적으로 사건이 왜곡되고 이용됐다"라고 설명했다.
또 박 변호사는 진조단 활동에 유리한 여론 형성을 위해 언론에 조사 내용을 흘리는 일이 잦았다며 그 유출자로 이 검사를 지목했다. 그는 "이 검사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검찰개혁 분야에서 성과를 부각하기 위해 중간중간 우리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을 것"이라며 "합리적이고 의미 있는 내용이 (언론에) 나간다면 조사 동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내용이 많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 검사를 비롯한 피고인들은 "증인의 증언에 공소사실과 관련된 경험 없이 편협한 평가와 견해만 있어 반대신문이 무의미하다"라며 신문을 거부했다.
증인신문을 마친 박 변호사는 퇴정 중 변호인단이 반대신문을 거부한 이유를 진술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듣고 "어디 한 번 들어봅시다"라며 다시 들어오기도 했다. '(변호인단이) 곤란해하니 돌아가시라'라는 재판부 안내에 퇴정하면서도 "떳떳하게 말씀하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 퇴정 이후 변호인단은 반대신문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윤중천 면담 등 중요한 조사는 (박 변호사의) 사퇴 이후 이뤄져 정보 양적 측면에서 박 변호사의 경험이 부족하다. 박 변호사의 증언은 언론보도와 전언으로 2차 가공된 의견과 평가 해석일 뿐"이라며 "박 변호사는 SNS에 자신이 법정에 증언하러 나간다는 걸 공개적으로 올리고 김학의 사건에 반감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등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홍보 수단으로 (증인신문을) 이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정에서의 신문 과정도 박 변호사의 SNS에 게재돼 사적으로 오남용될 우려가 있어 고심 끝에 반대신문을 생략했으니 재판부의 너그러운 이해를 구한다"라고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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