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클럽 행정처분 내역 분석
일반음식점 신고해 클럽 불법 운영
참사골목 외 지역 7곳 적발돼 대조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의 무허가 클럽형 주점 대부분이 과태료나 시정명령 등 최소한의 행정처분조차 받지 않고 영업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골목 외 지역 무허가 클럽 중에서는 7곳이 적발돼 대조를 이뤘다.용산구청이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무허가 클럽들을 사실상 방치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더팩트>가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21.11~2022.11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무허가 클럽 행정처분 내역'을 보면 참사가 벌어진 이태원로27가길 17번지 일대 T자형 골목 무허가 클럽 10여곳 중 지난 1년 동안 적발된 곳은 단 1곳에 불과했다.
T자 골목 업소 중에 적발된 A업소는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했으나 클럽으로 운영해 왔다.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채 특수조명과 음향시설 등을 갖추고 춤을 출 수 있도록 했다. 방역수칙 위반이 더해져 2개월 영업정지에 과태료 150만 원을 부과받았다.
용산구의회는 올해 4월 일반음식점에서도 춤을 허용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그러나 참사 발생 골목 일대 10곳 정도의 무허가 클럽들 중 조례에 따라 춤 허용업소로 지정받은 곳도 W펍 1곳 뿐이다.
이 골목에서 춤 허용 업소로 지정되지 않은 곳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DJ박스와 특수조명 및 이용객들이 춤추는 모습 등이 공공연히 드러나 있다. 유일하게 적발된 A업소(220.88㎡)보다 모두 큰 규모다. 무허가 업소인 P라운지의 경우 약 4배인 825.6㎡ 크기다.
다른 골목의 적발 현황은 달라 눈길을 끈다. 용산구는 같은 기간 세계음식거리 참사 골목과 최소 100m 떨어진 지역에서는 총 7개 업소 11건의 무허가 클럽을 적발했다.
이같은 적발 건수의 현저한 차이는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더팩트>는 용산구 담당자에게 답변을 구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참사 발생지인 17번지 T자형 골목은 수년 전부터 대형 클럽들이 들어서며 인구 밀집도가 유독 높았다.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해 클럽을 운영하면서 좁은 골목 구조가 감당할 수 있는 인파 이상을 끌어 모아 압사 사고의 불씨가 됐다는 분석이다. 사고 당시에는 이들 업소가 켠 음악들이 바깥까지 크게 흘러나오며 구조에 방해가 됐다는 증언도 나온다.
이승태 변호사(법무법인 도시와 사람)는 "무허가 클럽은 시민이 먼저 불법을 파악해 신고하기가 어려워 지자체가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행정을 펴야 하지만 이를 소홀히 하다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 등 번화가에서는 클럽 형태의 업소들을 지역 문화 정도로 받아들여 실태에 무관심한 행정이 관행처럼 자리잡은 것 역시 사실"이라며 "단속 및 적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는데도 이를 외면한 모습에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경찰청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는 일반음식점 춤 허용 조례를 통과시킨 용산구의회도 현재 수사 중이다. 춤 허용 업소 24곳 중 21곳이 박희영 용산구청장 취임 이후에 지정된 과정에서 영향력이 개입됐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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