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부망서 글 잇따라
"책임 인정하지만, 꼬리자르기 안돼"
"경찰국에 지휘규칙까지 만든 행안부 뭐했나"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이태원 참사의 책임 논란이 거세지며 일선 경찰관들은 착잡하다. 대응 실패 책임은 통감하지만 비판이 너무 일방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 등도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거세다.
10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현장활력소’ 등 경찰 내부망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은 인정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등의 책임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내용이 많다.
충청 지역 한 경찰관은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면서도 "다만 모든 책임을 경찰에 돌리며 꼬리자르기를 의심하게 하는 정치권 등의 행태에는 우리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난안전법 66조에 따라 지역축제의 안전관리계획은 국가 또는 지자체가 수립하고 수행해야 한다"며 "비록 핼러윈이 주최자가 없는 행사더라도 정부에는 모든 재난에 대한 예방책임이 부과돼 있고, 경찰은 요청에 따라 제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지원기관"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책임론의 근거로 활용되는 경찰 직무집행법 5조(극도의 혼잡 상태에서 생명·안전을 위해 경고와 피난을 조치)도 언급됐다. 불이행자를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는 자성도 나온다. 또 참사 당일은 집시법에 따라 광화문 집회 관리를 우선할 수밖에 없었다는 시각도 있다.
행정안전부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큰 분위기다. 또 다른 경찰관은 "안전 주무부처인 행안부는 무엇을 했으며, 지자체인 서울시 등은 과연 필요한 조치를 수행했나"라며 "행사 전에 요원 배치 등 안전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만큼의 경찰력도 지원했어야 했다"고 글을 썼다.
그는 특히 "올해 경찰국 신설과 함께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까지 제정됐다. 그 결과가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압사 참사 이전에 행안부가 안전 문제를 고민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거듭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재발 방지를 위해선 잘잘못을 보다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직장협의회의 한 간부급 인사는 "유명을 달리한 분들을 위해서라도 정치인 등 정책 설계자들은 문제 핵심을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경찰관은 "재난 구조 활동에 관한 경찰의 부족한 전문성은 개선이 시급하다"며 "그러나 재난안전법상 경찰의 법적 지위는 긴급구조를 지원하는 기관이므로, 이번 사태는 경찰 비난으로 마무리될 것이 아니라 재난관리시스템 재정비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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