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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하는 김재형 대법관 "법관을 진보·보수에 가둬선 안 돼"

  • 사회 | 2022-09-02 10:42

6년 임기 마쳐…상고심 제도 개선도 강조

김재형 대법관(사진 오른쪽)이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대법원 제공
김재형 대법관(사진 오른쪽)이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대법원 제공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오는 4일로 6년 임기를 마치는 김재형 대법관은 대법관을 진보·보수 잣대에 가둬서는 안 된다고 2일 밝혔다.

김재형 대법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우리 사회는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대법관을 보수 혹은 진보로 분류해 어느 한쪽에 가둬 두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법관은 "법관이 보수와 진보를 의식하게 되면 법이 무엇이고 정의는 무엇인지를 선언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관은 입법자가 선택한 법률 문언의 의미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고 입법목적을 비롯해 법해석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며 "필요한 경우에는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 비춰 올바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고심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자신은 보수·진보 또는 중간도 아니라면서 "사법 적극주의와 사법 소극주의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자 하지 않았다. 여전히 법적 이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제가 한 판결이 여러 의견을 검토해 최선을 다해 내린 타당한 결론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입법부의 적극적 역할도 주문했다. 김 대법관은 "국회의 입법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는 문제에 관하여 입법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국민들이 권리 구제를 받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소송으로 이어져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입법적 해결은 주로 장래에 일어날 일을 규율하기 위한 것이므로, 당사자들이 법원에 가져온 바로 그 문제까지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심리불속행, 전원합의체 등 대법원 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도 언급했다. 김 대법관은 "대법원은 중요한 사건에 집중해 충분한 숙고를 거쳐 의미 있는 판결을 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대법원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면서도 전원합의체와 공개변론을 더욱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대법원 구성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상고심 제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구체적인 해법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여운을 남겼다.

로마의 법학자 켈수스의 '법은 선과 형평의 기술'이라는 정언도 인용했다. 김 대법관은 "법률가는 자신의 판단을 기다리는 사건을 주어진 틀에 맞추어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법은 무엇이고 정의는 무엇인지, 선과 형평의 길은 어디에 있는지를 반추하며 살아간다"며 "여기에 법률가가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는 원천이 있다"고 했다.

김재형 대법관은 사법연수원 18기로 서울지법 서부지원 판사로 시작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다. 2016년 양승태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법관에 임명됐다. 2018년 1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허용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주심을 맡았다. 당시 김 대법관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는 것은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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