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강행·인사 번복·특공대 투입 등 도마…'밀정의혹'까지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지난 19일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취임 100일이었다. 판사 출신에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이 장관은 내정 당시 '투명하고 효율적인 공직 인사와 행정을 구현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강력한 경찰 개혁 의지를 천명하면서 관심은 여느 때보다 뜨거웠다.
하지만 '경찰국' 논란이 100일 내내 이 장관을 따라다녔다. '쿠데타' 등 이 장관의 발언이 구설에 오르면서 전례 없는 국무위원 탄핵까지 언급되기도 했다. 여기에 김순호 행안부 경찰국장 '밀정 의혹', 폭우 비상대응 미흡 등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21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행안부에서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취임 당일인 5월12일부터 8월18일까지 총 99일간 이 장관이 행안부가 있는 세종시에 체류하거나 근무한 비율(주말·공휴일 제외)은 26% 수준이다. 서울이 58%가량, 나머지가 지역 일정이었다.
지난 6월15일부터 21일까지는 국외출장 기간이었다. 이 장관이 조지아 출장에서 귀국한 21일 밤, 초유의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가 벌어졌다. 치안감 28명 규모의 보직 내정 인사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2시간 만에 7명의 보직이 바뀐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기문란'이라며 경찰을 질타했고, 이 장관도 "경찰청이 희한하게 대통령 결재가 나기 전에 자체적으로 공지해서 사달이 났다"고 말했다. 결국 국무조정실이 행안부 치안정책관(경무관)의 책임으로 결론 내렸고, 해당 경무관은 구두경고 처분받았다.
지난달 19일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을 찾았다. 당시 이 장관은 경찰 수뇌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찰특공대 투입 검토를 지시했다. 경찰은 3년 전 용산 참사와 쌍용차 사태 등을 반성하며 집회·시위 현장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 바 있다.
이 장관은 "현장에 시너가 90리터 있었는데, 불이 나면 특공대가 구조 업무를 해야 할 수도 있었다"며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가 브레인스토밍 형식으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장관이 연 경비대책회의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김호철 국가경찰위원회장은 "일반 치안사무를 (행안부) 장관이 관장해서는 안 된다"며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윤희근 경찰청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질문에 "깊이있는 판단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갈등이 극심해진 건 지난달 말부터다. 논란의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이 21일 차관회의를 통과했다. 그러자 일선 경찰들이 단체로 반발하며 단체 삭발과 삼보일배 등 시위가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 류삼영 총경은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고, 대기발령 조치 됐다.
'12‧12 쿠데타' 비유 발언은 25일 나왔다. 이 장관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하나회' '쿠데타'에 빗대며 징계의사를 밝히자, 지구대·파출소장들까지 들고 일어났다. 경찰청은 26일부터 현장 경찰 의견 수렴을, 행안부는 7월 초부터 지방경찰청을 돌았지만 ‘요식행위’란 비판이 제기됐다.
민관기 충북 흥덕경찰서 경찰직장협의회장은 행안부 세종청사 앞에서 9일간 단식투쟁을 하면서도 이 장관을 만나지 못했다. 서강오 경찰직협 연합준비위원회 사무국장도 "이 장관을 여러번 찾아갔지만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행안위 업무보고에선 위 논란을 비롯해 질타가 쏟아졌다. 김순호 행안부 초대 경찰국장이 과거 노동운동 밀고 대가로 특채됐다는 ‘밀정 의혹’에 대해 이 장관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적이 계속되자 "(김 국장 거취와 관련해)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기록적 폭우가 내린 지난 8일 이 장관의 행적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장관은 8일 오후 4시 전북 군산 '섬의 날' 기념식 후 만찬행사에 참석했다. 행안부는 8일 오전 7시30분 풍수해 위기경보를 '주의'로 격상하고 중대본 1단계를 가동했다. 오후 9시30분엔 '경계'로 올리고 2단계를 발령했다.
이 장관은 "보는 관점에 따라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저 나름으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집중호우가) 115년 만의 일이었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회 행안위 관계자는 "취임 이후 무리하게 경찰 통제안을 내세우면서 재난재해 등 행안부의 본업은 뒷전이었던 100일이었다"며 "스타장관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현 정부 신뢰도나 지지율 하락에 이 장관의 지분이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행안위 관계자는 "당초 정무적 판단 능력이 미흡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는데 나름 확고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줬다"면서도 "다만 시행령에 근거하는 등 위법성 논란이 계속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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