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사망·강남역 물난리, 예견됐으나 예방 못해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수도권과 강원, 충청 지역 등을 물바다로 만든 기록적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면서 정부의 안일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년 전 최장기 장마 등 물난리 때마다 근본 대책 마련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제자리걸음에 그쳤다는 비판이다.
1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이달 8일부터 전날까지 계속된 폭우 여파로 침수된 주택·상가는 전국 8970건에 달한다. 서울이 7955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인천 565건, 경기 203건, 충남 137건, 충북 51건, 전북 32건, 강원 16건, 세종 11건 등이다.
산사태 피해는 전국 361건으로 경기 지역에서만 176건이 발생했다. 이밖에 충남 97건, 강원 72건, 서울 14건, 충북 2건이었다.
또 전국 농작물 침수 규모는 1754ha 수준이며 이중 1111ha가 충남 지역에 집중됐다.
인명피해도 컸다. 전날 오전 6시 기준으로 사망 14명, 실종 6명, 부상 26명이다.
이번 폭우는 역대급 자연재해였다는 평가지만 예견된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인재(人災)'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수년 전 홍수 등 사태 때마다 제시된 과제들을 제대로 이행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는 서울시가 2014년 발간한 '서울시 침수주택 항구적 대책 마련과 임대주택 확보를 위한 지하·반지하주택 주거환경개선 학술용역 보고서'에 예견됐다. 보고서는 2010~2013년 침수된 반지하 주택이 1만2043곳에 달하며, 관악구가 1410곳으로 가장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리모델링 등을 통해 실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민이 맨홀에 빨려들어가 사망한 사고 등이 발생한 서울 강남구 일대 배수시설 개선도 때마다 나온 대책이다.
시는 2015년 강남역 일대 종합배수개선대책을 발표하며 "4년 내 서울시 전역의 침수가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남역 일대 지형 자체가 주변보다 17m 이상 낮아 비가 많이 오면 고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하며 이듬해 하수관로 배수구역의 경계 조정을 마무리하려 했으나 예산 등 문제로 2024년까지 미뤄졌다.
전문가들은 재난대비 시스템과 매뉴얼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추태호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 공학부 교수는 "지금 거론되는 대책들은 2010년, 2011년 강남 침수 때부터 나왔는데 크게 개선된 사항이 없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부터 재해 취약성 평가와 사전재해 영향성 평가를 실시하는 등 방재 안전 기준을 일제히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배수로와 하천 등의 설계기준도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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