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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 위법' 논란은 진행형…4년 전엔 달랐던 행안부

  • 사회 | 2022-08-11 05:00

당시 '경찰위=합의제 기관' 해석…입법조사처 판단도 배척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유리한 해석'만 꼽아 행안부의 경찰 통제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동률 기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유리한 해석'만 꼽아 행안부의 경찰 통제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동률 기자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에 대한 '위법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법제처는 행안부 입장에 재차 힘을 실어줬지만, 정반대 해석이 나오면서 부딪치는 모습이다.

법제처는 9일 "현행법상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는 경찰 업무를 관장하는 합의제 행정기관이 아니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른 사항에 대해 심의·의결하는 권한만 가진다"고 밝혔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지난달 27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을 지휘할 수 있다며 이례적으로 입장표명을 한 바 있다. 여기에 "경찰위 실질화의 필요성을 들어 행안부 장관이 권한 행사를 못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경찰위는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와 달리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으로서 그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찰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에 해당하는지는 경찰국 신설 방침 이후 꾸준히 논쟁이 펼쳐져 왔다. 경찰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이라면 경찰청은 경찰위 소속이 된다. 경찰행정에 관한 심의·의결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행안부가 독자적으로 경찰국을 신설하는 데 제동이 걸린다.

이 장관은 "경찰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행안부 장관의 자문위원회 성격"이라고 강조해왔다. 2019년 법제처는 ‘경찰위는 자문기구에 해당한다’는 실무진 차원의 비공식 의견을 냈는데, 이 장관은 그동안 이를 유권해석이라며 근거로 제시해왔다.

법제처는 '공식적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공문이 오면 절차에 따라 해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법제처장이 ‘경찰위는 합의제 행정기관이 아니다’라고 못박은 상황에서 공식적인 검토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 당시 행안부는 경찰위를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판단했다./주현웅 기자
심지어 문재인 정부 당시 행안부는 경찰위를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판단했다./주현웅 기자

반면 문재인 정부 당시 행안부는 경찰위를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판단했다. 2018년 11월30일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법원장 차량에 대한 인화물질 투척사건 등 법질서를 훼손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자 경찰위에 대책을 논의해달라며 긴급 안건 부의를 요청했다.

당시 배포된 보도자료는 '경찰위의 성격 및 구성'을 설명하면서, 경찰위는 행정안전부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이라고 적시했다. ‘경찰위 심의‧의결 사항’에 있어서도 경찰의 인사·예산 등 주요정책을 담당한다고 적혀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도 경찰국 신설은 '현행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의 경찰위 관련 외부 자문 보고서에는 '정부조직법상 치안사무는 행안부 장관 관장 사무가 아니기에 개정안은 위법하다', '경찰위 심의·의결없이 설치되는 경찰국과 지휘규칙은 현행법 위반' 등 내용이 담겨있다.

이를 입법조사처의 '공식 의견'으로 보지 않는다는 게 행안부의 입장이다. 다만 행안부가 경찰국 신설 근거로 내세우는 법제처의 '경찰위는 자문기구'라는 의견도 비공식인데다 4년 전 행안부의 공식 입장은 배척해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경찰위는 적어도 합의된 행정기관에 준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경찰위가 단순히 자문기구에 불과하다고 말하는데, 판사 출신 장관이 법개념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안부 장관이 법리를 뒤집어가면서 자기 입장을 변호하려고 하니까 자꾸 꼬이는 것"이라며 "현 법제처도 법제처답지 않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여러 조문에서 행정 조직을 법률로써 정하도록 하는 '행정조직 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sp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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