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적법절차 원칙 어긋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정보수사기관의 개인 통신자료 수집 뒤 통지절차를 규정하지 않은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1일 전기통신사업법 83조 8항에 청구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이 법조항은 전기통신사업자는 정보수사기관이 수사 등에 필요한 정보수집을 위해 이용자의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아이디·가입해지일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하면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법조항에 따르면 정보주체인 이용자는 정보수사기관의 자료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을 사전이나 사후에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헌재는 이 법조항이 사후 통지 절차를 두지않아 적법절차 원칙에 어긋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당사자가 기본권 제한 사실을 확인하고 정당성을 다툴 수 있는 전제 자체가 없다는 지적이다. 수사의 밀행성, 신속성을 위해 사전 통지는 어렵더라도 정보수집의 목적에 방해가 되지않는 범위에서 사후 통지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통신자료 취득 자체는 정당하다고 봤다. 사후통지절차가 없어서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률조항 자체를 위헌 결정하면 법적 공백이 우려된다며 2023년까지 개선입법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석태·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별개 의견도 냈다. 헌재는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취득행위에 대한 심판 청구는 헌법소원 대상인 공권력 행사가 아니라며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관 5명은 통신자료 취득행위의 공권력 행사성은 인정하되 다만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기 때문에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석 재판관은 이 법조항이 적법절차 원칙은 물론 과잉금지원칙에도 어긋난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통신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사유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이나 통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사 목적이라면 성명,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정도만 제공받아도 충분하며 수사기관 등이 취득한 통신자료의 보관기간이나 폐기절차 등 사후관리 규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2012년 같은 법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은 청구를 각하했으나 처음 본안 판단을 했다. 헌재 관계자는 "수사기관 등에 의한 통신자료 제공요청에 적법절차원칙에 따른 절차적 요청인 사후통지절차를 마련하지 않아 위헌(헌법불합치)을 선언함으로써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장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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