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남용 방지·증거 확보 차원 필요성↑…시범운영 후 후속조치 없어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름이 어떻게 돼요? 음주 측정 거부로 체포합니다." "지워. 지우라고. 아니 내가 뭘 했다고 체포돼야 해."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신혁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래퍼 장용준(21·활동명 노엘)의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서 재생된 당시 경찰관의 바디캠 영상 내용이다. 장 씨 사건뿐만 아니라 여러 현장에서 경찰관이 바디캠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경찰은 올해부터 다수 경력 배치로 우발 상황을 대비하는 방식에서, 경찰관에 폭언·폭행이 있으면 즉각 검거하는 방식으로 집회 대응 패러다임을 바꿨다. '바디캠'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이유다. 그러나 지난해 시범 운영이 끝난 뒤 후속 조치가 없는 상태다.
경찰청은 2015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공권력 남용 방지와 경찰을 향한 폭행 등을 예방할 목적으로 경찰관 몸에 부착하는 정식 명칭 '웨어러블 폴리스 캠' 100대를 시범 운영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증거자료 활용을 위해 웨어러블 캠 영상을 다운로드한 건수는 도입 당시 141건에서 2016년 180건, 2017년 63건, 2018년 13건, 2019년 31건, 2020년 2건, 지난해 7월 기준 0건을 기록했다.
현장에서는 바디캠이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시중 제품보다 보급 제품이 낙후돼 다운로드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청 '웨어러블 폴리스 캠 시범사업 운용실태 중간점검 결과 보고'에 따르면 사용자 79.8%가 시중 제품을 선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선에서는 사비로 바디캠을 구매해 사용하는 실정이다.
사용자 62%는 통제와 규제가 적용된 신규 장비 사용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시범사업 운영 종료 보고'에 따르면 통제가 강화돼도 사용할 것이라는 응답이 73%에 달했다. 바디캠의 수요가 늘어나는데도 지원이나 관련 후속 조치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형사책임을 감면해주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통과·시행되면서 공권력 남용 여부 확인과 증거자료 확보를 위해서라도 바디캠 전면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청은 관련 법안이 마련돼야 예산 확보 등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범운영 당시 마련한 경찰청 훈령인 '웨어러블 폴리스 캠 시스템 운영 규칙'이 마련됐으나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나 개인영상정보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돼있고, 정부안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심사가 지난해 11월 진행됐다"며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예산 확보도 어려워 추이를 지켜보고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바디캠 전면 도입을 경찰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민들은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방지할 수 있어 좋고, 경찰은 수사 자료로 이용할 수 있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경찰도 의지를 갖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봤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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