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형사처벌 가능성 매우 높았는데도 감수"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법원이 침례 의식을 거치지 않고 병역 거부를 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1심 실형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나오기 전이라 형사처벌 가능성이 높았지만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을 인정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김재영·송혜영·조중래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여호와의증인 신도 A 씨에게 1심의 징역 1년 6개월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어머니 아래에서 성장한 A 씨는 현역 입영 통지서를 받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입영하지 않았다.
1심 판단은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었다. 1심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음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지 않으면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A 씨가 성인이 된 2009년 무렵부터 입영통지서를 받기까지 여호와증인 정기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입영 거부가 깊고 확실하며 진실한 양심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없다. 정당한 입영 거부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A 씨에게 증거인멸·도망 염려가 없다며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 씨의 삶 전반을 더 촘촘히 살펴 달리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어머니와 외조부모 등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여호와증인 교리를 접하며 성장했고 1998년경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 견학 행사에 참석한 뒤 지금까지 교리에 어긋남 없이 성실히 살아왔다"며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바 없고 2011년경부터 수혈거부라는 교리를 지키기 위해 '사전 의료 지시 및 위임장'을 소지하고 다니며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표출했다"라고 설명했다.
A 씨는 2018년 2월 입영통지서 수령 뒤 '전쟁을 연습하지 말라는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순수 민간 대체복무가 마련될 때까지 병역을 거부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통지문을 작성해 병무청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음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9개월 전의 일이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뒤인 지난해 7월에도 여호와의 증인 침례(신도가 된 것을 증명하는 세례 형식)를 거치지 않았고 종교적 활동을 입증할 자료도 없다는 이유 등으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바 있다. A 씨 역시 지난해 8월에야 침례를 받았다.
병역 거부할 당시 침례를 받지 않았던 점은 오히려 A 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입영 거부 시기 침례를 받지 않았다. 게다가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기도 전"이라며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할 경우 형사처벌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상황이었음에도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병역거부의 의사를 표시했고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A 씨가 여호와의 증인 신념에 반하는 음란물·폭력물을 시청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피고인이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를 존중하고 병역법상 규정된 대체복부에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점 등을 들어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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