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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누명에 가족 풍비박산…“국보법 폐지해야”

  • 사회 | 2021-11-30 21:18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피해사례 청취회'에 강성호 씨가 참석해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정용석 기자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피해사례 청취회'에 강성호 씨가 참석해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정용석 기자

국회 국가보안법 피해사례 청취회

[더팩트ㅣ정용석 기자] ‘종북세력’, ‘간첩’ 등으로 몰려 억울하게 구속됐던 이들이 직접 피해 사례를 증언하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30일 오전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피해사례 청취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증언에 나선 강성호 씨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결성을 앞둔 1989년 5월을 떠올렸다.

당시 중학교 교사였던 그는 "여학생 6명이 ‘선생님이 6.25를 북침설로 가르쳤다’고 신고해 제천경찰서에 끌려갔다"며 "거짓이었음에도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간첩 혐의로 징역 1년을 살았다"고 했다.

피해자는 강 씨에 그치지 않았다. 충격을 받은 그의 동생이 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신고한 학생 6명 중 2명은 수업에도 안 나왔다는 사실은 한참이 지나서야 드러났다.

강 씨는 "32년 만에 피해 사실을 전하러 나왔다"며 "당시 노태우 정권은 전교조에 가입한 저와 동료들이 종북 교육을 했다고 누명을 씌워 감옥에 가뒀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재심에서 50대가 된 제자들이 재판에서 저를 쳐다보지 못했다"며 "당시 거짓증언을 했던 여학생 6명도 (거짓진술을 강요받은)국가보안법의 피해자"라고 울분을 토했다.

강씨는 지난 9월 사건발생 32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우성 씨(왼쪽)와 이선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피해사례 청취회'에 참석해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정용석 기자
유우성 씨(왼쪽)와 이선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피해사례 청취회'에 참석해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정용석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 씨, 이적표현물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10년째 법정에서 싸우고 있는 이선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부위원장도 발표자로 나섰다.

유 씨는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던 2013년 하루아침에 '북한 특수간첩'으로 둔갑돼 긴급체포 됐다"며 "제 여동생 유가려 씨는 '오빠를 살리려면 거짓진술을 해야 한다'는 국정원 직원들의 회유에 어쩔 수 없이 따랐다"며 "가족에도 조작을 일삼는 게 국가보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위원장은 "민주노동자 전국회의 자료집, '또 하나의 투쟁', '사람중심의 철학' 등을 가지고 2011년 검찰이 공소장에 이적표현물을 가졌다고 명시했다"며 "검찰 조사를 받으며 3년간 통화내역, 이메일까지 모두 조사됐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아 지금도 이메일을 못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 당사자로서 앞으로도 국가보안법 폐지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특히 유 씨는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검사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한 상태다. 이 부위원장은 국가보안법 7조 '찬양고무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날 청취회에 참여한 12명의 여야 국회의원들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1993년에 제 남편과 시누이가 '남매간첩 조작사건'의 피해자가 된 이후 저 자신도 국보법에서 자유롭게 살 수 없는 처지"라며 "하루 빨리 이 법이 폐지돼 양심의 자유대로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했다.

y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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