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등과 공범 적시되고도 영장 피해…검찰 수사 때마다 '생존'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불사조' 정영학이 또 구속영장을 피했다. 사업 초기부터 관여한 대장동 사업의 실질적 설계자인 그는 검찰 수사가 뻗쳐올 때마다 사정권에서 벗어났다.
대장동 개발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1일 3명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청구서 피의자 성명란에는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 정민용 변호사의 이름이 적혔다.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배임) 혐의 등으로 추가기소했다. 새로운 공소사실에는 성남도개공이 최소한 651억원의 배당이익을 손해보도록 유 전 본부장을 비롯해 김 전 기자, 남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가 공모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검찰은 이 과정이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소속된 하나은행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작업하고, 성남도개공은 1822억원 확정수익만 받고 초과이익은 환수하지 못하도록 공모지침서와 사업협약서에 명시하는 두단계로 이뤄졌다고 본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로 644억원의 이익금을 챙긴 정 회계사는 공범으로 지목된 4명 중 유일하게 영장이 청구되지 않았다. 그는 이전에도 두차례 형사처벌을 피해간 경험이 있다.
대장동 사업초기 자금은 부산저축은행에서 빌려온 1805억원에서 조달됐다. 이 돈을 당긴 사람은 브로커 조모 씨인데 정 회계사가 끌어온 인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1년 역대급 수사팀을 꾸린 대검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에서 정 회계사는 물론 대장동 팀은 기소조차 되지 않고 위기를 넘긴다.
중수부가 석연치 않게 내버려둔 혐의는 2015년 예금보험공사의 고발로 수원지검이 다시 건드린다. 이 수사로 남욱 변호사가 구속기소되지만 1,2심 무죄에 검찰은 상고를 포기한다. 게다가 더 무거운 횡령 혐의는 빼고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만 재판에 넘겼다. 남 변호사 외에 대장동 초기 멤버들은 구속기소돼 일부 실형이 확정되는 등 된서리를 맞았지만 정 회계사 만큼은 이 당시도 기소도 되지 않았다.
화천대유 김만배 전 기자는 '정영학 녹취록'을 통해 검찰이 자신의 혐의를 그려나가자 정 회계사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정 회계사가 과거에도 동업자를 여럿 감옥에 보내 경계해왔다고 강조했다. 녹취록에 담긴 자신의 말은 믿지못할 정 회계사 앞에서 흘린 '허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 2015년 수사 때도 정 회계사의 공헌은 컸던 걸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장동 불사조' 역시 이번 검찰 수사에서는 기소를 비켜가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정 회계사가 성남도개공이 확정이익만 갖고 초과이익환수는 하지 않는 구조를 설계한 장본인이라고 본다. 이를 성남도개공의 공모지침서와 사업협약서에 반영하는 일도 주도했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발적으로 녹취파일 19개를 제공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등 검찰 수사 초기 동력이 됐다. 수사팀은 그동안 정 회계사를 '피의자 성격의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철저히 비공개를 지켰다. 국내에서는 '플리바게닝'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혐의 적용이나 구형에 검찰의 재량권은 크다.
다만 대장동 의혹은 역대급 부동산 비리 의혹인데다 국민적 관심이 크다.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만으로 면죄부를 주기에는 사건에서 그의 비중이 크고 여론이 따갑다. 검찰은 아직 정 회계사의 협조가 필요해 이번 영장 청구에서는 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김만배·남욱·정민용 씨의 영장심사 결과를 두고본 뒤 불구속·구속 카드를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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