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동의권 무효화한 첫 판결…기존 주주 차별 해소 기대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신주인수인에게 회사의 중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 동의권을 부여하는 것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새로운 투자자와 기존 주주 사이의 불평등한 지위가 해소될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차문호 부장판사)는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A사가 컴퓨터시스템 제조 ·판매 업체인 B사에 투자금과 위약금 40억원 상당을 지급하라고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소 패소 판결했다.
B사는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2016년 12월 신주 20만주를 발행하고 A사가 이를 2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 B사는 추가로 신주를 발행할 경우 A사의 사전 서면동의를 받겠다는 약정을 했고, 이를 어기면 투자금 조기 상환은 물론 투자금 상당의 위약금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B사는 A사의 사전 동의 없이 2018년 8월에 18만주, 11월에 8만주의 신주를 각각 발행했다. 이에 A사는 B사가 계약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투자자에게 투자 대상회사의 중요 정책결정에 대한 사전 동의권을 부여한다'는 약정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약정은 신주인수로 주주 지위만을 갖게 된 A사에게 다른 주주들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우월한 권리를 부여해 회사의 경영에 강력하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약정 위반시 언제든 출자금의 배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반환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 실질적으로 투자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결국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게 된다.
이어 "회사와 신주인수인 사이에 별개의 약정으로 주식에 표창된 권리를 넘는 권리 또는 권한을 부여하고 그 이행을 강제하는 것을 허용할 경우 이른바 '황제주'와 같은 사실상 법이 허용하지 않는 내용의 종류주식을 발행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될 우려가 있다"며 "이는 기존 주주들을 매우 불공평하고 불리한 지위에 처하도록 만들게 된다"고 덧붙였다.
회사가 신주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투자자에게 주주로서 이익 외에 일정한 수익금의 지급을 보장하는 약정에 대해서는 앞서 대법원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무효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사전동의권은 아직 명시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아 시장에서 이 같은 특약이 맺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주식회사가 신주발행을 통한 자금조달과정에서 투자자(신주인수인)에게 사전동의권과 같은 강한 경영상 의무를 직접 부담하는 계약이 금지돼, 주식회사의 경영권이 보호되고 기존 주주와 새 투자자 사이의 불평등한 지위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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