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인사불이익 의혹…내일 민사소송 변론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자신에게 억대 손해배상을 청구한 현직 판사와 법정에서 만난다. 이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렸다가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을 열고 송승용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송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 시절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된 판사다. 법관 인사는 법원장이 대법원에 보고하는 근무평정과 법관의 근무 희망지, 근무 이력을 종합해 이뤄진다. 2015년 1월 쓰인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에는 당시 수원지법 판사였던 송 부장판사에 대한 인사조치로 △형평 순위 강등 및 지방권 전보 △초임부장 배치 원칙에 따라 지방권 전보 등이 쓰였다. 두 안 가운데 형평 순위 강등 및 지방권 전보에 최종 결재를 뜻하는 'V' 표시가 새겨졌다. 송 부장판사는 2015년 법관 정기 인사에서 A그룹에서 G그룹으로 강등됐고 창원지법 통영지원으로 전보됐다. 통영은 당시 수도권과 거리가 멀고 교통편도 마땅찮아 '격오지'로 평가받는 지역이었다. 송 부장판사는 2017년 A그룹으로 올라섰는데도 희망지로 발령받지 못했다.
임 전 차장에 대한 공소장 등을 종합하면 송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올린 글이 원인이었다. 송 부장판사는 2014년 권순일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양창수 대법관 후임으로 임명 제청되자 "인권, 노동, 환경에 감수성을 지닌 법조인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2015년 1월 박상옥 당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이 대법관 후보로 추천되자 "소수자·사회적 약자 권리 보호에 적합한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라고 썼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천한 대법관 후보를 비판해 눈밖에 났다는 것이 공소사실의 골자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시절 나상훈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제1심의관에게 송 부장판사 평판을 수집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 전 심의관은 송 부장판사의 대학 동창과 접촉해 개인 성향을 파악해 보고했다. 나 전 심의관이 보고한 문건에는 '정세판단에 밝은 전략가형', '법원 집행부에 대한 불신 및 의혹이 많음', '아웃사이더 비평가 기질'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송 부장판사는 자신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는 임 전 차장과 나 전 심의관을 비롯해 '사법농단' 사태의 정점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상대로 3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당시 기획조정실 인사총괄심의관이었던 김연학 변호사·남성민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피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사건은 6일 오후 5시 30분 두 번째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6월 열린 이 사건 첫 변론기일에서 양 전 대법원장 등 피고들은 형식적 답변서만 제출해 재판부에게 꾸중을 들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이관용 부장판사)는 피고 가운데 한 명인 김 변호사 측 답변서를 스크린에 띄워 "이렇게 형식적인 답변으로 일관된다면 재판부로서는 '피고는 (주장)할 게 없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라고 공개 지적했다. 핵심 쟁점인 인사 불이익에 대해서 "물의야기 법관 보고서가 작성되고 실제 인사 결과가 발생해 법원장에게 보고되는 등 민사적으로는 사실관계가 기본적으로 드러났다"는 판단도 내비쳤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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