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내 수련과정과 똑같을 필요없어"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해외에서 한국보다 짧은 수련 기간을 거친 치과의사도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치과의사 전문의 6명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치과의사 전문의자격인정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건은 2018년 치과의사 전문의 자격시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 산하 대한치과교정학회(교정학회)는 당시 자격시험 응시자들을 검증하면서 외국에서 수련 과정을 거친 68명 가운데 A 씨를 비롯한 16명을 '응시 자격 없음' 판정했다. A 씨는 수련 기간 중 한국에 머문 기간이 너무 길다고 발목이 잡혔다. 수련 기간 마지막달에 자녀 출산이 예정됐던 A 씨는 수련 기간 종료를 약 30일 앞두고 소속 병원의 배려로 한국에 온 것으로 전해졌다.
치협 자격검증위원회는 교정학회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되 외국 수련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보건복지부 고시로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 씨는 이의를 제기했으나 응시 자격이 없다는 판정은 유지됐다.
검증위원회가 판정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하자 보건복지부는 위원에 복지부 관계자 1명을 포함해야 한다는 규정 위반을 문제 삼아 다시 회의를 열었다. 여기서 출국 기간 등을 이유로 응시 자격을 판단했다면 외국 수련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고 A 씨는 '응시 자격 있음' 판정을 받았다.
이에 치과의사 전문의 6명은 A 씨에게 국내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 기회를 준 보건복지부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청구했다. 재판 과정에서 원고 측은 △일본은 한국처럼 국가 공인 치과 전문의 제도가 없는 점 △A 씨의 수련 기간은 2년으로 한국 레지던트과정(3년)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 등을 들어 A 씨에게 한국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 기회를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보건복지부의 손을 들었다. 외국 수련자 자격 인정 제도는 이미 국내에서 치과의사 면허를 얻은 뒤 전문의 유사 자격 취득을 위한 수련 과정을 외국에서 거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제도 특성상 외국 수련자가 거친 수련 과정이 한국과 똑같아야 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재판부는 "원고 측 주장처럼 국가 공인 치과 전문의제도가 있어야만 수련 경력을 인정할 수 있다면 그 제도가 없는 나라에서 수련한 치과의사는 자격을 인정받을 방법이 원천 차단된다"고 설명했다.
A 씨가 인턴·연구원으로 활동한 기간까지 치면 오히려 한국 레지던트과정 3년보다 긴 3년 6개월 동안 수련한 셈이 된다는 점도 짚었다. 한국 체류 기간이 길다는 원고 측 주장도 "A 씨는 한국 체류 사유를 일자별로 충분히 소명했고 사유도 설득력이 있다"며 "수련 기간 종료일보다 약 한 달 먼저 귀국한 것도 출산으로 특별 휴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전문의 자격과 외국 수련자 수련 경력 인정 주체는 치협이 아니라 보건복지부"라며 "(치협이)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의견을 참조할 뿐 인정 권한이 치협에 위임됐다거나, 치협 결정에 구속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외국 수련자의 한국 치과 전문의 자격 인정의 기회가 열린 건 2015년 일이다. 당시 A 씨처럼 외국에서 수련 기간을 거친 치과의사들은 외국 수련자의 전문의 자격인정 규정이 없는 의료법 조항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외국 수련자에게 한국에서 1년의 인턴과 3년의 레지던트 과정을 다시 이수하도록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듬해 헌재 결정 취지대로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외국 수련자도 응시 자격을 얻게 됐다.
원고 측은 이러한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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