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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에 속수무책 전자발찌…"영장주의 예외 확대해야"

  • 사회 | 2021-09-02 00:00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된 50대 성범죄 전과자 강 모 씨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며 취재진 마이크를 발로 걷어차고 있다. /뉴시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된 50대 성범죄 전과자 강 모 씨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며 취재진 마이크를 발로 걷어차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 "보호관찰 정책 고민 필요"

[더팩트ㅣ김세정·정용석 기자]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강모(56) 씨 사건으로 보호관찰제도 등 재범억제 대책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견고성 강화와 보호관찰 인력·예산 확보 등 대책을 내놨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2일 법조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강 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0시께 서울 송파구의 자택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40대 여성 피해자를 살해했다. 범행에 앞서 강 씨는 철물점과 마트에서 각각 절단기와 흉기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강 씨는 다음날인 27일 오후 5시31분께 전자발찌를 훼손한 후 도주했다. 50대 여성을 추가로 살해하고 같은 달 29일 오전 송파경찰서에 찾아와 자백했다.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는 지난달 27일 오후 5시31분께 강 씨의 전자장치가 훼손됐다는 경보를 받았다. 강 씨를 담당했던 서울동부보호관찰소의 전자감독 범죄예방팀 직원 2명은 같은 날 오후 6시경 수색을 시작했으나 강 씨를 찾지 못했다. 특별사법경찰관은 휴대폰 위치추적과 CCTV 조회, 가족·지인 등 관계인 접촉으로 강 씨를 추적했으나 검거에 실패했다.

법무부는 강 씨 사건을 계기로 전자장치 견고성을 강화한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6회에 걸친 개선으로 전자발찌 훼손율은 감소했지만 강 씨처럼 훼손할 목적으로 도구를 이용한다면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자발찌 견고성 강화보다는 근본적인 재범억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전자발찌를 두껍게 만들겠다는 것은 단편적인 이야기"라며 "보호관찰 대상자들이 전자발찌를 수용해 순응하게 하고 잘 지키면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보호관찰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이들 중에서 범행과 도망 의지가 강한 사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절삭기나 그라인더를 사용한다"며 "더 강하게 하려면 강철성분을 넣어야 하는데 피부에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인권침해 소지도 줄이면서, 재질을 강하게 하는 연구개발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찰과 특별사법경찰에게 이같은 사건이 발생할 때 적극적으로 수색할 수 있도록 '영장주의 예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강 씨가 도주한 뒤 경찰과 보호관찰관은 강 씨 집을 5차례나 찾아갔지만 수색하지 못했다. 영장 없이 강제진입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특사경은 강 씨가 도주한 날 오후 11시50분께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했으나 검찰은 "내일 오전에야 청구되니 돌아가라"고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은 다음날 오후 2시에야 청구됐다. 강 씨의 추가 범행을 막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셈이다.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전자감독대상자 전자장치 훼손 사건 경과 및 향후 재범 억제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전자감독대상자 전자장치 훼손 사건 경과 및 향후 재범 억제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염건령 한국범죄학연구소 소장은 "전자발찌 훼손 경보 등 긴급한 상황에서는 경찰관이 수색할 수 있도록 면책조항도 있어야 한다. 경찰관의 '현장 감'이라는 것도 있다. 그런데 주거침입이 되면 어느 경찰관이 들어가려 하겠는가"라며 "경찰관이 문을 따고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재범 위험도) 덜 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곽대경 교수는 "제일 아쉬운 것은 현장에 갔을 때 문이 닫혔다면 경찰은 체포나 압수수색 등 영장을 바로 청구했을 것이다. 보호관찰관들은 아직 사법경찰 역할이 안되다 보니까 한발 늦다"며 "경찰과 긴밀히 협조하고, 정보공유나 역할분담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보호감호 제도 부활을 주장하지만 위헌 소지가 있다. 염건령 소장은 "형량 이외의 형량이 될 수 있다. 형량을 다 산 사람의 사회적 위험성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라며 "사형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형량이라도 높여야 방어적 효과가 있다. 장기·단기형 도입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범죄예방정책국, 교정본부 등 관련 부서와 논의 후 이르면 이날 추가적인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날(1일) 출근길에서 "범죄예방정책국장이 대책 브리핑을 했는데 조금 일렀던 것 같다. 언론과 전문가들의 지적을 포함해 전면 재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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