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모 추가 인정에 주력…피고인은 '전면무죄' 주장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사법농단 연루자 가운데 처음으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의 항소심에서 검찰이 사태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당시 대법원 수뇌부를 거듭 정조준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최수환·최성보·정현미 부장판사)는 26일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을 받는 이 전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와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35분가량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이름 다섯 차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름이 네 차례 불렸다.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 처장의 이름도 오르내렸다.
검찰은 1심에서 인정하지 않은 이 전 상임위원 등의 혐의는 물론,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대법원 수뇌부들의 공모관계도 모두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원심은 이 전 상임위원이 당시 대법원장 양승태와 공모해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을 정보원으로 이용하고 한정위헌 결정 관련 사건에 개입한 혐의, 이 전 상임위원·이 전 기조실장이 양승태 등과 공모해 옛 통합진보당 소송에 개입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한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원심은 이 전 상임위원이 헌재 정보를 수집한 혐의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이 보고받은 일부 범행만 인정하고 임 전 차장의 공범 범위도 지나치게 축소해 인정했다"며 "이는 애초 이 전 상임위원에게 부여된 권한을 오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첫 유죄 판결을 끌어낸 '재판 사무를 지적할 영역'도 1심보다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이 성사되지 못한 공소사실도 유죄로 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앞서 1심은 일선 법관이 법원행정처 개입에도 독자적으로 판단했다면 범행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재판사무 지적 권한을 인정하면서도 권한 행사 주체를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처장·차장으로 제한한 건 사법행정권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것"이라며 "재판권 행사 방해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법원행정처 개입 시도만으로) 사법 공정에 대한 믿음이 훼손됐기 때문에 (무죄라는 1심 판단은) 그릇된 판단"이라고 했다.
이 전 상임위원 등은 전면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 사무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홀로 법정에 나온 이 전 상임위원은 1심 판결에 사실오인·법리오해가 있다고 밝혔다.
이 전 기조실장 측 변호인 역시 "사건 당시 사법지원실장 등으로 근무한 피고인에게 (권한을 남용한) 지시를 내릴 직무권한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방 전 부장판사·심 전 법원장 측은 '원심의 정확하고 타당한 판단을 유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10월 7일 오후 2시 두 번째 공판을 열고 검찰과 피고인 4명의 입장을 들을 예정이다.
이 전 상임위원 등은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2019년 3월 기소됐다.
이 전 상임위원과 이 전 기조실장은 3월 1심에서 △옛 통합진보당 소송 개입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관련 일부 혐의가 유죄로 판단돼 각각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양형위원의 경우 헌재 내부 정보를 수집한 혐의 일부도 추가로 인정됐다. 사법농단 연루 법관이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건 이들이 처음이다. 방 부장판사·심 전 법원장은 핵심 증인의 진술 번복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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