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만 있고 구체적 시간 없다면 근로시간 맞아"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휴게시간이 총량만 있을 뿐 구체적 시간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를 토대로 수당과 퇴직금도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현대아파트 퇴직 경비원들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임금지급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소송을 낸 아파트 경비원들은 오전 9시부터 24시간 근무하고 하루 쉬는 야간근무자들이다. 이들은 입주자대표자회의가 휴게시간 6시간을 뺀 18시간을 기준으로 임금과 수당, 퇴직금을 산정해왔다며 24시간 기준 임금에 모자라는 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입주자대표 측이 휴게시간 동안 구속력있는 지휘·명령을 하지않았다며 근로시간에 포함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밤에 불을 끄고 잔다고 입주민이 민원을 제기하거나 입주자대표 측이 불이익을 줬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비원들의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 한다는 점은 인정해 차액을 지급하도록 했다.
2심은 휴게시간 6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했다. 휴게시간이 총량인 6시간만 정해졌을 뿐 단체협약·근로계약서에 구체적인 휴게시간이 명시되지 않았다가 경비원들이 노동청에 진정을 낸 2017년 4월 이후에야 공지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노동자가 실제 작업하지 않은 휴게시간이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다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입주자대표 측은 근무 중 자리이탈 금지, 무전기 필수 휴대와 호출 응답 준수, 근무 중 수면 절대금지 등 준수사항을 지시했다. 근무시간대와 휴게시간대의 구분이 모호하고 계약기간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하는 경비원들의 처지상 지시명령을 거부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 아파트 경비원은 24시간 근무복을 입고 무전을 대기했고 경비실 불을 끌 수도 없었다고 노동청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졸고있으면 입주민이 꾸지람을 하기도 했다. 경비실 역시 1평 남짓으로 비좁고 에어컨, 냉장고, 화장실도 없어 휴식을 취할 수도 없는 조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도 이같은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입주자대표회의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다만 원심이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차액 청구금액 중 일부를 추가로 인용해 지급하라고 한 판결은 부당하다고 보고 파기자판했다. 파기자판이란 대법원이 원심의 잘못된 판결을 하급심으로 내려보내지 않고 직접 심리해 판결하는 것을 말한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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