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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구하기 논란' 너머 김학의가 보인다

  • 사회 | 2021-07-25 00:00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합동감찰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다. 박 장관 뒤는 한동수 대검감찰부장. /과천=이동률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합동감찰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다. 박 장관 뒤는 한동수 대검감찰부장. /과천=이동률 기자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여진 계속…문제는 수사 적법성과 인권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조사한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합동감찰 결과가 나온 지 열흘이 지났지만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특정인 구하기'라는 프레임을 앞세워 지나친 공격이 이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4개월간 법무부와 대검이 함께 진행한 합동감찰 결과를 지난 14일 발표했다. 한 전 총리 사건 처리 과정에서 100회 이상 수용자 반복 소환과 수사 협조자에 대한 부적절한 편의 제공 등 잘못된 수사 관행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뇌부의 '제식구 감싸기' 정황도 밝혀냈다. 민원이 제기된 후에 검찰은 대검 인권부 재배당 시도, 주임검사 사실상 교체 등으로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합동감찰을 놓고 정치권을 중심으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크게 반발한 이는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다. 윤 전 총장은 감찰 결과 발표 다음 날인 15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한명숙 구하기'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여권이) 한명숙 단 한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사법 체계를 망가뜨리는 것이 정상인가. 하다 하다 안 되니 요란하기만 하고 알맹이도 없는 감찰 결과로 '한명숙 구하기'를 이어가는 것"이라며 "대법원의 유죄 판결이 그렇게 억울하다면 재심을 신청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야권에서는 박 장관을 향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조사한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합동감찰 결과가 나온 지 열흘이 지났지만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배정한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조사한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합동감찰 결과가 나온 지 열흘이 지났지만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일각에서는 이같은 비판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사건에서 불거진 '수사 방해' 의혹으로 공수처에 입건된 윤 전 총장이 수위 높은 메시지를 던지면서 감찰결과를 정치화시켰다는 의견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얼마 전 대법원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판결 내용이 '증인의 진술이 번복된 경우 진술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그걸 판단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을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합동감찰에 나오는 내용이 바로 그 내용이다. 이걸 '한명숙 구하기'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법원의 판결 내용을 간과한 주장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박 장관도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학의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공소제기 후 검사의 참고인에 대한 증언연습은 면담과정에서 부당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거나 참고인을 상대로 회유하는 방법으로 증언을 오염시킬 수 있다"며 "한 전 총리 사건에서 참고인 진술을 청취하고도 기록하거나 사건기록을 편철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대법원도 김학의 전 차관 사건에서 검사가 증인신문 전 면담과정에서 회유나 압박으로 증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법정진술을 신빙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는 이미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한 전 총리 판결에서 5명의 대법관이 소수 의견을 통해 언급한 내용이다. 당시 5명의 대법관은 "검사가 한만호의 진술이 번복되지 않도록 부적절하게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며 부적절한 수사관행을 지적한 바 있다. 검찰의 잘못된 수사 행태가 합동감찰 결과로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합동감찰은) 이 사건을 재심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진술오염 여부 등 수사관행 개선이 핵심"이라며 "법무부와 대검이 그러면 김학의 구하기에 나선 것인가.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은 지금 없지만, 김 전 차관은 재판을 앞두고 있다. 끝난 사건에서 무엇을 구하겠나"라고 되물었다.

'한명숙 구하기' 논란은 수사절차의 적법성을 한층 강조하는 검찰의 흐름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여기서도 '김학의 사건'이 소환된다./임세준 기자
'한명숙 구하기' 논란은 수사절차의 적법성을 한층 강조하는 검찰의 흐름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여기서도 '김학의 사건'이 소환된다./임세준 기자

형사소송법상 재심 사유는 △증거 위조·변조가 확정판결로 증명된 때 △증언·감정·통번역 허위가 확정판결로 증명된 때 △무고로 유죄 선고받은 경우 무고죄로 확정판결된 때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조사에 관여한 법관·검사·사법경찰관이 범한 직무의 죄가 확정판결로 증명된 때 등이다.

한명숙 재판 모해위증 교사 사건의 공소시효는 지난 3월22일로 만료돼 수사나 처벌도 불가능한 상태다. 담당 검사 징계시효도 오래 전에 지났다.

'한명숙 구하기' 논란은 수사절차의 적법성과 인권을 한층 강조하는 검찰의 흐름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여기서도 '김학의 사건'이 소환된다. 검찰은 김학의 전 차관의 불법 긴급출국금지 관련 의혹으로 이성윤 서울고검장,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규원 검사,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기소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 5월 이 검사와 차 전 본부장의 첫 재판에서 "이 재판의 본질은 김학의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를 가리는 게 아니라 법 집행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위법한 집행을 했는지를 가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모해위증교사 사건 합동감찰도 한 전 총리의 범죄와 무관하게 수사의 적법성을 따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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