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고 전 노동상실능력 먼저 확정해야"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원래 장애가 있는 사람이 사고를 당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면 사고 전 노동능력을 먼저 확정한 뒤 일실수입을 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교통사고 피해자 A씨가 악사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일실수입 손해를 놓고 피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일실수입은 사고를 당한 사람이 후유증으로 잃게 된 미래의 수입을 말한다.
대학 강사였던 A씨는 급성 뇌출혈로 쓰려져 사회연령 4세 정도의 '심한 지적 장애' 수준이 됐다. 변을 당한 지 7개월 후에는 집 근처 도로를 무단횡단하다 승용차에 치어 또 뇌를 다치자 보험사에 7억2438만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운전자 과실을 70%, 노동능력상실률을 60%로 인정해 보험사가 A씨에게 5억2854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동능력상실률은 장애가 없었을 때와 견줘 사고 후 얼마나 노동능력을 잃었는지 가늠하는 수치다. 교통사고로 노동능력을 100% 잃었다고 보고 뇌출혈 후유증에 따른 노동능력상실률은 40%로 계산해 현재 60%라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2심은 보험사가 1심 법원의 가집행 선고로 미리 지급한 3억5000만원을 감안해 3억7139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노동능력상실률은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보험사 측은 A씨가 사고 전 이미 노동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기 때문에 교통사고 후유증에 따른 일실수입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뇌출혈을 앓고도 글을 읽고 쓸 수 있었고 혼자 통행이 가능했지만 교통사고가 원인이 돼 사지마비가 발생했다며 이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노동능력상실률 판단에서 사실상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교통사고 전 이미 뇌출혈 후유증으로 100% 노동능력을 잃었다는 대한의사협회 사실조회 결과를 주목했다.
대법원은 "A씨의 사고 이전 장애에 따른 노동능력상실률을 먼저 심리해 확정한 뒤 이 사고에 따른 노동능력상실률에서 빼는 방식으로 일실수입을 산정했어야 한다"며 "원심은 이전 장애에 따른 노동능력상실률을 확정하지 않고 현재 상실률 100%에서 원래 상실률로 40%만 빼 A씨가 사고 이전에는 노동능력을 전혀 잃지 않은 것처럼 일실수입을 계산했다"고 판시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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