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정당방위'라며 무죄 확정…'국가배상' 물꼬 트나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시민을 불법 감금해 고문한 의혹을 받는 '형제복지원' 원장에 대한 대법원 재심의 결과가 이번 주 나온다. 사건 발생 32년 만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1일 부산 형제복지원 원장 고 박인근 씨의 불법 감금 혐의 등 사건 비상상고심 선고공판을 연다.
형제복지원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설립돼 1975~1987년 시민들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 성폭행을 자행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사실상 수용 시설처럼 운영돼 '한국의 아우슈비츠'라고 불리기도 했다.
복지원 자체 기록만으로도 사망자는 513명에 달한다. 일부 시신은 암매장돼 아직도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한 상태다.
1987년 언론 보도로 참상이 처음 전해진 뒤 복지원 원장 박 씨는 불법 감금 등 혐의로 기소됐지만 1989년 대법원은 박 씨의 행 위가 당시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형법상 '정당 행위'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박 씨는 지난 2016년 요양병원에서 지병을 앓다 85세의 나이로 숨졌다.
29년이 지난 2018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 권고에 따라 박 씨 사건을 비상상고했다. 비상상고란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라도 위법 사항이 발견됐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이 재심리를 제기하는 비상구제절차다.
비상상고심에서 과거 판결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해도 이미 확정된 박 씨의 무죄 효력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판결의 위법사항을 시정한다는 이론적 효력을 가질 뿐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과거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열린 첫 변론에서 "시민을 사회로부터 격리해 기한 없이 강제수용하게 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과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된다"며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법령에 의한 행위'는 합법·합헌에 따른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동안 이 사건은 지속적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피고인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이번 비상상고를 통해 피고인의 특수감금이 정당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천명해야 한다"며 "이것이 피해 생존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사회 정의를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라고 촉구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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