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 측근 연루 '한명숙 사건' 본격 수사 전망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법무부가 22일 차장·부장검사 등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발표했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검언유착 의혹 등 주요 현안 사건 수사팀을 유임시켰다. 박범계 장관이 고위간부 인사 때와 달리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비교적 성의를 보인 셈이다. 다만 윤 총장이 예의주시하던 임은정 부장검사에 수사권한을 부여해 견제장치도 남겨뒀다.
법무부는 이날 이같은 내용의 고검검사급(중간간부) 검사 18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26일 자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고위 간부 인사와 마찬가지로 소폭으로 진행됐다. 사의 표명으로 생긴 공석을 메우는 데 방점을 뒀다.
교체될지 주목됐던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유임됐다. 변 부장검사는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에게 무혐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대립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 징계 당시 이 지검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 중앙지검 2~4차장은 인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윤 총장이 요구했던 주요 현안 수사 지휘라인 유지도 관철됐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이상헌 대전지검 형사5부장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하는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유임됐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을 수사하는 권상대 공공수사2부장과 이용구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맡은 이동헌 형사5부장도 모두 자리를 지켰다.
이번 인사는 윤 총장의 의견이 비교적 반영된 인사로 봐도 무리가 없다. 7월 임기 만료를 앞둔 만큼 이번 인사는 사실상 윤 총장이 의견을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애초 윤 총장이 요청한 대규모 인사는 아니지만, 주요 수사팀을 유지해달라는 요청은 수용됐다. 고위 간부 인사로 불거진 갈등을 봉합하는 분위기다.
대검은 이날 검찰 인사위원회를 앞두고 공개적으로 요구사항을 밝혔다.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검찰 인사위에 참석하면서 이례적으로 직설화법을 썼다. 그는 "대검에서는 인사 정상화를 위해서 광범위한 규모의 인사 단행을 요청했는데 법무부는 조직 안정 차원에서 빈자리를 메꾸는 소규모 인사 원칙을 통보했다"면서 "진행 중인 주요 사건의 수사팀 및 보직 부장들의 현 상태 유지와 임의적인 핀셋 인사는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 논란도 큰 영향을 끼쳤다. 신 수석이 고위 간부 인사에서 자신의 뜻이 수용되지 않자 짐을 싸겠다고 배수진을 친 탓이다. 중간 간부 인사마저 일방적으로 강행되면 또다른 정쟁의 불똥이 튈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신 수석의 복귀를 알리면서 "신 수석이 휴가 중에도 협의하셨고, 검토도 함께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조직 안정과 수사 연속성을 위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실시하면서도 검찰개혁의 지속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반영하고자 노력했다"며 "대검과 충분히 소통하며 의견을 들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검찰 내에서는 임은정 대검 검찰연구관(감찰정책연구관) 인사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법무부는 임 부장검사를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임 발령내면서 수사 권한을 부여했다. 검찰연구관은 고검이나 지검의 검사를 겸임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법무부는 "감찰 업무의 효율과 기능 강화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임 부장검사의 발령으로 윤 총장 측근도 관계된 '한명숙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감찰 도중 혐의를 발견할 경우 직접 수사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임 부장검사는 현재 대검 감찰부에서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의 위증 강요·강압 수사 의혹 감찰을 맡고 있다.
모해위증교사의 공소시효는 10년으로 오는 3월 22일이면 당시 수사팀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공소시효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임 부장검사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임 부장검사는 그간 SNS를 통해 수사권이 없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임 부장검사의 인사가 쟁점이 됐다. 검사 출신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흔하지 않은 사례"라며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사건의 기소를 위해 발령을 낸 것이 아니냐"며 박범계 장관을 몰아붙였다. 이에 박 장관은 "임은정 검사도 본인이 수사권을 갖기를 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에 근거해서 발령했다"고 답했다.
윤석열 총장은 지난해 9월 대검에 부임한 임 부장검사에게 감찰정책 연구활동에 전념하라며 수사권한을 허용하지 않았다. '편파적인 수사를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임 부장검사는 인사가 발표된 뒤 자신의 SNS에 "다른 (대검) 연구관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수사권이지만, 저에게는 특별해 감사한 마음"이라며 "여전히 첩첩산중이지만 등산화 한 켤레는 장만한 듯 든든하다. 계속 가보겠습니다. 봄에게로"라고 적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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